네이버의 뉴스 정책 변경이 언론사들에 보내는 신호
아무리 뜯어봐도 오늘 발표된 네이버 뉴스 정책은 네이버의 신의 한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일석삼조 아니면 일석사조? 수익이 보증되는 환경을 수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경쟁 환경으로 전환함으로써 내부비용도 줄이고 양질 경쟁을 유도하며 동시에 소액이나마 (순익없는) 광고매출 증대도 꾀할 수 있게 된 거죠. 실검 이슈도 완화할 수 있는 효과도 일부 기대할 수 있고. 밑질 게 거의 없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지만 보증 수익이 아니라 기대 수익의 증대를 자극하고 유도할 때 플랫폼의 통제력은 높아지게 됩니다. 수익을 증대시키는 룰의 영향에 더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이 건강한 철학을 유지하면 이 생태계는 아름다워질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리고 통상 이러한 경쟁의 룰은 양극화를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네트워크 공간의 멱함수 법칙이 작동하기 의한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일 겁니다. 분명 잘하는(잘되는) 언론사는 기존보다 더 큰 수익을 얻어갈 기회를 쥐게 될 것이고 아닌 곳은. 음. 3년 뒤의 모습이 자뭇 궁금해집니다.
스마트 미디어 스튜디오는 뭐랄까요 언론사 비즈니스 원스톱 서비스 같다고나 할까요? 언론사의 비즈니스 창구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낼 수도 있을 듯하네요. 네이버페이의 위력에 네이버챗봇까지 가세해서 독자관리까지 해주면. 만약 네이버 클라우드와 연동시킬 때만 작동하는 어떤 기능까지 결합시키면.
하지만 세상은 늘 예상치도 못했던 우연한 변수에 의해 또다른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기도 하죠. 그래서 오늘의 예상이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래 글은 이런 맥락에서 나름대로 정리를 해본 것입니다
네이버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했는가
유튜브와의 경쟁 격화 : 네이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유튜브와의 경쟁입니다. 유튜브가 검색 시장에서 의미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네이버는 위기감을 표시해왔습니다. 언론사들도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 주요 뉴스 콘텐츠를 유튜브로 방송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사들이 연간 수십억원의 매출을 유튜브에서 창출하면서 ‘검색왕국’ 네이버의 아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유튜브로 이탈하는 언론사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려놓을 전략이 네이버엔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네이버 매출의 절반은 쇼핑검색 등을 포함한 CPC/CPS 광고인데 이 시장을 유튜브에 더이상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최근 부쩍 커졌습니다.
- 광고 : 일반DA, 쇼핑DA, 네이버TV 동영상 광고, 밴드 DA 등(CPM)
- 비즈니스 플랫폼 : 일반검색, 쇼핑검색 등(CPC/CPS)
- IT 플랫폼 : 네이버 페이, IT서비스, 클라우드, 웍스 등
- 콘텐츠 서비스 : 네이버 뮤직, 웹툰, V LIVE 등
- 라인 및 기타 플랫폼 : LINE, SNOW 등
구독 모델의 성장 :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구독 모델은 언론사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경쟁사인 카카오는 구독 중심의 뉴스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한 상태입니다. 카카오는 뉴스 수집 중심의 1세대 뉴스 플랫폼 모델에서 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독 비즈니스를 품기 위한 사전 작업을 네이버가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기득권 : 카카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신문협회 등의 놀이터가 되면서 더이상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리스크를 헤징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가 오히려 네이버에겐 리스크가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공동 운영사인 카카오도 뉴스제휴평가위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뉴스 파트너십을 결정짓는 이 기구가 기득권화하면서 통제불능이 되어가고 있는 점은 네이버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뉴스제휴평가위를 해산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안을 네이버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 더 읽어볼 만한 글 : 시민단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좀 더 투명해져야”
실검 논란 : 최근 보수 야당은 네이버 사무실을 항의 방문해서 실시간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보수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미 국회 청문회에서도 동일한 공격을 야당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일부 기업(Toss)의 마케팅 조작에 의해 장악되면서 신뢰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습니다. 여러 언론사들이 실급검 마케팅 조작에 가담하면서 이들을 통제할 장치가 필요해진 상황이었습니다.
네이버의 해결책 : Smart Media Studio와 광고 경쟁 모델 도입
인링크 중심의 수익생태계 : 네이버 입장에서 유튜브와의 경쟁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인링크 생태계를 내려놓으면 안됩니다. 우선 고품질 뉴스(텍스트, 영상)가 구글을 포함한 글로벌 검색엔진에 검색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네이버라는 사일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언론사를 지속적으로 묶어둬야 합니다. 더 강력한 수익 제공 정책도 필수적입니다. 그렇다고 무한정 돈을 지불할 수도 없습니다. 네이버는 자신들의 자금을 절약하면서도 언론사들의 수익을 높여줄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야 했는데, 그것이 인링크 중심의 광고 슬롯 확대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네이버가 언론사에 인링크 뉴스에 대한 지불금으로 연간 400~500억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 비용을 절감하면서 언론사들의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은 결국 광고 슬롯을 늘리는 것입니다. 현재 네이버 인링크 뉴스 페이지에는 1건의 디스플레이 광고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페이지 가장 아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뉴스 페이지 중간에 디스플레이 광고를 배치할 경우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수익을 언론사에 배분하면, 네이버는 비용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언론사의 수익도 증대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언론사가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직접 뉴스를 운영하는 페이지에도 광고 슬롯을 열어주면, 언론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전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도 있게 됩니다. 다만 일부 상위권 언론사만 그 혜택을 누릴 수가 있을 겁니다. 네이버는 자체 시뮬레이션 한 결과 현재 네이버와 콘텐츠 파트너십을 맺은 언론사 중 50%가 이전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비즈니스 관리툴로서 Smart Media Studio : 언론사가 직접 유치한 광고를 게시하고 변경하기 위해서는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 툴이 필수적입니다. Smart Media Studio는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중요한 툴입니다. 네이버는 이번 발표에서 이 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매트릭의 범위를 크게 늘렸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Smart Media Studio는 후원과 간편 결제 시스템도 제공합니다. 후원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거나 삼을 계획이 있는 언론사는 네이버페이의 매력적인 시스템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계 분석부터 후원 결제에 이르기까지 언론사 비즈니스의 모든 절차를 이 Smart Media Studio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물론 네이버 뉴스 플랫폼 내 인링크로 뉴스를 제공할 경우에만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구독+충성도 경쟁 유도 : 광고 수익 공유 모델은 어뷰징 기사의 양산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보수 야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요구받고 있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폐지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네이버가 선택 대안은 No Good 팩터의 도입과 구독 지표를 반영한 광고 수익 배분 규칙입니다.
네이버의 설명에 따르면, 언론사가 수익을 배분 받게 되는 네이버 페이지 내 광고 영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공통 영역과 개별 영역입니다. 공통 영역은 네이버가 통제하는 광고 영역이고, 개별 영역은 언론사가 직접 제어하는 광고 영역입니다. 네이버는 공통 영역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언론사들에게 배분하는 규칙을 제시했습니다. 이 규칙의 핵심은 구독자수와 사용자 충성도를 중요하게 반영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규칙을 수익배분 방식에 적용하게 되면, 언론사들은 구독자수와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 규칙을 잘 지키면 기존보다 수익이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를 이용하려는 의도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양질 콘텐츠를 위한 경쟁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기대 수익이 증대될 것이라는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저품질 뉴스 생산 위험을 제거하려는 목적입니다. 여기에 네이버는 안전 장치를 추가했습니다. No Good Factor입니다. 언론사가 저품질 뉴스 생산을 지속하면 공통 영역에서 창출된 광고 수익을 나눠주지 않겠다는 의도입니다. No Good Factor는 광고 수익에 대한 패널티 장치로서 기능하면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활용한 저품질 뉴스 생산을 걷어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 참고하면 좋은 글 : 애플뉴스플러스 vs 뉴욕타임스, 생명줄의 외주화
기타 : 네이버는 Smart Media Studio에 제보 시스템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Hard Paywall를 구현할 수 있도록 결제 시스템도 지원합니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네이버의 인링크 생태계 안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동영상 라이브 중계에 대한 다양한 이용 분석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분히 유튜브를 의식한 전략입니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는 수익 보증 모델에서 수익 증대의 기대 충족 모델로 변화를 꾀한 것입니다. 이번 뉴스 정책 변경으로 네이버는 인링크 뉴스 전재료라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동시에 소액이지만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 증대도 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수익이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 언론사들의 양질 콘텐츠 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자연스럽게 실시간 급상승 검색에 논란에서도 일정 수준 벗어날 수 있게 될 겁니다.
- 다음 글은 ‘언론사의 대응 방안 제언’을 주제로 써볼 생각입니다.
<이 글은 현재 제가 근무하는 회사 입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혀둡니다. 전적으로 미디어고토사 운영자로서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