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펜스의 실패와 대안적 하이퍼로컬 모델
시민들의 참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시민들이 스스로 저널리즘의 기준을 창조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플랫폼을 유연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래로부터 형성된 저널리즘의 잣대, 그것을 확신하고 믿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선구적인 하이퍼로컬 미디어 기업인 Backfence.com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grassroot 저널리즘을 주창해온 댄 길모어가 경영했던 베이오스피어닷컴을 인수했던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Terry Heaton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면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Backfence의 폐업은 하이퍼로컬 뉴스라는 주제에 대해 신선하고 매우 필요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중요한 논의이다. 왜냐하면 수많은 기업들이 하이퍼로컬을 우리 비즈니스 모델의 구세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콘셉트는 잘못 이해됐고 결과적으로 주류 언론으로 발돋음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격이 됐다.”
댄 길모어가 바라본 백팬스의 실패
다음은 이를 바라본 댄 길모어의 생각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댄 길모어는 자신의 하이퍼로컬 실험이 실패한 뒤 자신의 사이트를 백펜스에 매각한 바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다시피 백펜스는 15개월 전 내가 한 때 경영했던 Bayosphere를 인수했던 기업이다. 나는 주주가 됐고, 한동안 회사에 컨설턴트로, 그리고 파트타임 블로거로 근무하기도 했다.
내가 이 건과 관련해서 더 많이 말을 할 수 없는 건, 이미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1년 반 동안 백펜스의 주요 인사와 기밀성의 대화를 나눠왔다. 난 그 비밀을 알릴 수 없었다. 종종 비교적 앞날에, 나는 어떻게 내가 하이퍼로컬 저널리즘이 급속히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최상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포스팅하고 싶다.
백펜스의 소멸이 더 이상 비극으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한다. 운이 없었을 뿐이며, 특히 이 프로젝트를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바쳐온 창업자들에게 운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진지하게 쓰라린 경험들은 간직해야 한다.
대부분의 창업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그건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위험을 위한 인내는 – 아니 그것을 껴안아야 한다. – 앞으로 실험에서 어떤 좋은 것을 마침내 얻어낼 것이냐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우리가 무엇을 배워고 개선해야 하는가의 매우 긴요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한 제프 자비스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작금에 로컬 뉴스 기업이 처한 가장 큰 도전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모으고 더 적게 생산할 것인가를 푸는 문제이다. 어떻게 로컬 뉴스 기업들이 다른 사람들이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그래서 뉴스 조직이 모을 가치가 있는 뭔가를 확보할 수 있을까?
하이퍼로컬에서 그 가운데 하나를 실험해온 뒤, 나는 이것이 단지 다양한 모델을 조합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함으로써 :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얼마나 많은 뉴스를 생산하고 공유할까? 그들이 그렇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들이 참여하는 모티브는 무엇인가? 어떻게 로컬 뉴스 조직은 그들로 하여금 할 수 있도록 하고 참여하게끔 할 수 있는가?
(나는 확신하고 있다) 하이퍼로컬은 단 한 개의 사이트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오로지 네트워크를 통해 작동될 수 있다. : 콘텐트는 광고든 사회적인 것이든. 모으지만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작동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것이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인지 알지는 못한다. 우리는 수많은 계발과 경험이 필요하다.“
내가 내린 결론
한국에서도 하이퍼로컬 모델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온 제게도 백펜스의 실패는 충격이면서 동시에 교훈입니다. 저는 얼마전 제 블로그에 하이퍼로컬이 한국 지역언론의 대안모델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이퍼로컬의 허브 역할을 할 하이퍼로컬 포털이 하나의 완성태로서 전제돼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개별 하이퍼로컬은 좁은 지역적 조건, 협소한 시장 여건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성장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해주기에 불리한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또한 newspaper 모델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2세대 hyper local community newspaper 모델이라는 표현을 썼었구요. 블로그와 카페, 기사 등이 혼재돼 콘텐트가 공유되는 커뮤니티 뉴스페이퍼 형태가 하이퍼로컬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아닌가 합니다.
강준만 교수의 신선한 지역신문 실험
어제인가요, 강준만 교수가 자신의 학부생들과 함께 sunshinenews를 창업했더군요. 강 교수도 hyper local 모델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러한 미국의 실험에서 여러가지 교훈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선샤인뉴스 창간 두 번째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창간 취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는 차라리 기존 ‘기사 작성법’의 기초도 전혀 모르는 일반 시민이 토론회ㆍ세미나에 참관해서 쓴 에세이식 감상평을 읽고 싶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소통 행위들이 실은 그 주체들만의 요식적인 행사나 잔치에 불과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끔 하면서, 소통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보려는 시도가 훨씬 값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소통의 대안이 강고한 저널리즘의 가치를 전제로 한 전문가주의와 엘리트적 잣대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시민들이 스스로 저널리즘의 기준을 창조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플랫폼을 유연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래로부터 형성된 저널리즘의 잣대, 그것을 확신하고 믿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