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편집' 경험자의 강한 만족 현상, 왜일까?

지난 8월29일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제목은 ‘포털 등의 알고리즘 배열 전환 이후 모바일 뉴스 이용 행태’였습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국내 뉴스 이용자들이 알고리즘 배열 방식에 대해 어떤 인식과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나마 추정해볼 수 있는 귀한 자료였습니다.

image

image

일단 이 보고서의 결론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이용자들은 알고리즘에 따른 자동 배열에 대해 전반적으로 사람에 의한 수동 배열보다 우호적 인식을 지니고있었지만, 자신의 관점과 비슷한 뉴스만을 소비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춤형 뉴스 추천의 경우 나와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본 뉴스를 기준으로 추천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한 배열이 전반적으로 사람보다 나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심층성에서만큼은 전문적인사람이 인공지능 알고리즘보다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세욱 연구원의 소결 문장을 그대로 인용해왔습니다. 이 보고서의 통계는 정확히 ‘알고리즘 편집을 더 선호한다’는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저는 동일한 통계를 바탕으로 알고리즘 편집을 경험해 본 응답자와 경험+비경험 응답자를 다시 비교해봤습니다. 경험한 층에서 어떤 영역에서 더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선택 항목의 포함되지 않는 질문은 제외했습니다. 물론 선택 항목으로 제시된 문장은 정확히 동일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같아’ 정도만 부가되거나 제외된 정도이기에 응답자 입장에서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라고 저는 가정을 했습니다. (전체 대상 질문에 ‘같아’가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알고리즘인지 여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응답층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비경험자도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가정입니다.)

비교한 결과는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image

만족도가 늘어난 항목

내가 필요한 정보를 담은 뉴스만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 경험자(230명)와 비경험자(770명)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때 동의한다는 응답은 75.8%였지만, 경험자만을 대상으로 한 응답에서는 이 수치가 85.2%로 약 10% 가량 늘어났습니다. 개인의 소비 이력 등을 고려한 뉴스 추천 방식이 실제 경험자 군들에게 더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는 알고리즘 편집으로 자신이 필요한 정보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름 충족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비경험자를 유인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메시지기도 합니다.

나와 관점이 비슷한 뉴스만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 이 항목의 응답에 대해선 경험자가 경험자+비경험자 전체보다 11%나 동의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약간의 비약을 섞어 해석하자면, 뉴스 이용자들은 확증편향을 스스로 선호하고 있고, 알고리즘 배열은 이를 만족시켜주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요? 결국 관점이 다른 뉴스를 회피하려는 성향은 자연스럽고 회피 수단으로서 알고리즘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말로도 풀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적어도 알고리즘 편집이 가장 만족시켜줄 수 있는 항목이 이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히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유튜브에서도 경험하고 있듯, 알고리즘 편집의 결과는 끊임없는 필터버블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알고리즘 편집에 대한 전반적인 선호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이들이 경계하고 고민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족도가 줄어든 항목

내 개인적 성향이 분석돼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 : 결국 생각보다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인식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알고리즘 편집의 경험이 이러한 우려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알고리즘 리터러시가 지금 뉴스 소비자들에게 요구되고 있다는 메시지기도 할 겁니다.

거의 동일한 항목

내가 선호하는 뉴스만 보게 돼 중요한 뉴스를 놓칠까 걱정된다
나와는 입장이나 관점이 다른 뉴스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걱정된다

나의 성급한 단상

알고리즘 편집은 새로운 경험입니다. 새로운 기술적 경험은 늘 초기엔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네이버 뉴스 편집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일종의 반발심리도 알고리즘 편집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 자체에 대한 경험의 역사가 짧기에 초기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는 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편향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네이버의 솔루션으로서 알고리즘 편집은 나름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사람 편집’을 선호했던 층들은 뉴스 소비를 끊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결과를 가져오긴 했고요.

그렇다고 알고리즘 편집이 다른 관점의 뉴스, 다양한 뉴스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해소해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를 비롯한 뉴스 알고리즘 기획 주체들의 고민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비중은 경험자나 아니나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내가 필요한 뉴스, 내가 선호하는 관점을 제공하는 뉴스 배열 알고리즘에 강한 선호를 보이면서도, 여전히 다른 관점, 다른 사람들이 보는 뉴스를 곁눈질 하고 싶은 뉴스 사용자들의 모순적이고도 본질적인 니즈를 어떻게 해결할지,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이 도전적 과제가 알고리즘 설계자들을 더 영리하게 이끌 수도 있을 것이고요. 더 깊은 절망에 빠뜨리를 수도 있을 겁니다.

2016년 이후 뉴스 배열의 자동화를 과감하게 밀어붙였던 페이스북이 왜 다시금 언론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숙련 기자들의 톱 기사 배열을 허용했는지, 참조해 볼 일입니다. 그것 또한 하나의 솔루션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오웰의 새소식을 이메일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