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위기, 경험을 배우려만 말고 나누기도 하자
이 글은 회사의 입장과 무관함을 또 밝힙니다. 지난 12월6일부터 싱가포르 구글 아태본부에서 열린 APAC Trusted Media Summit 2019을 다녀와서 적은 mediagotosa의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1) 플랫폼 간의 협력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 허위, 거짓정보 문제는 비단 저널리즘 조직들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그것의 확산을 추동하고 심화시키는 주체로서 플랫폼의 귀책사유도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플랫폼 간의 협첩입니다. 실제 이날 서밋에서 한 참석자는 공개적으로 플랫폼 간의 협업을 따져 물었습니다. 어떤 플랫폼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그것의 필요성에 대해서만큼은 공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참고로 당시 패널 토론에는 페이스북, 구글, 라인, 핀터레스트 등이 참석을 했습니다.
맞습니다. 팩트체커들 그리고 팩트체킹을 주도하는 언론사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IFCN 등의 기관들만 힘을 모은다고 현재의 상황을 온전하게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개별적으로 팩트체킹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주도하는 플랫폼들도 협력의 네트워크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는 ClaimReview 정도를 제외하면 그러한 사례가 글로벌 차원에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모두 개별 지원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IFCN을 매개로 우회해서 결합돼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구도를 넘어서 저널리즘 생태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플랫폼 간의 협력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플랫폼 간의 협력이 국내에서도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업이 가능해지려면 결국 3rd Party 조직이 주도하고 협업을 압박하는 그림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플랫폼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서 이 접근방식도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기술 기반으로 출발하게 된다면 플랫폼의 협력 방식은 어쩌면 더 쉬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2) 학습보다는 교류와 공유 : 한국의 기자들, 혹은 저널리즘 주체들은 서구의 사례를 ‘학습’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콘퍼런스들은 서구의 성공 사례들을 배우는데 초점을 둡니다. 하지만 Trusted Media Summit은 철저하게 ‘나눔과 교류’에 방점을 찍고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는 무시됩니다. 각 지역에서 취득한 노하우와 경험, 솔루션들을 공유하면서 토론하는 것이 목표였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형식의 장점은 토론이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토론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다름을 발견하게 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찾게 합니다. 학습은 그것의 적용 가능성만을 평가하게 하는 한계를 지니죠. 말 그대로 가르치는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으니까요. NYT가 어떻게 했고, 가디언이 어떻게 했고…
‘가르침-배움’의 위계적 관계가 아니라 ‘배움-배움’의 동등한 관계, 그것을 전제로 한 나눔과 교류, 공유는, ‘우리가 왜 다시 모여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1년 동안 어떤 조건이 변화했고, 변화한 조건에 따라 해결방안은 어떤 부침을 겪었는지 다시 나누고, 나눠주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도 사례가 너무 많이 소개된 점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미디어 신뢰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고 또 해결되는 중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3) 미디어 리터러시와 팩트체킹이 대안일까? : 마사토 카지모토 홍콩대 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한 패널 토론은 제목부터 흥미로웠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답인가?’. 그리고 정은령 박사(SNU팩트체크센터장)님이 토론자로 참여한 마지막 패널 토론 ‘아시아 맥락에서 미디어 신뢰를 구축하기’도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근본적인 질문을 따졌기 때문이죠. 마사토 교수는 트럼프 이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효과가 있었는가라고 한다면 자신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면서, 패널 토론을 시작하더군요. 그는 뉴스 리터러시를 연구하고 실행하는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IFCN 아시아 담당 외부 평가위원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는 좌장으로서 질문에 집중을 했지만, 보호이론 등에 기반해 리터러시 교육의 효과를 근본적으로 점검하려는 그의 의도는 많은 고민거리를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효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와 만약 그것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면 우리는 어떤 또다른 대안으로 무장해 싸워야하는가에 대한 많은 물음표를 던져준 시간이었습니다. 그것을 부정하려는 질문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였기에 무척 생산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랍니다.
선진 사례 배우기’라는 고정된 형식에서 조금 벗어나면 어떨까
육체적으로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사례 발표와 패널 토론, 그 사이에 쉼없이 돌아가는 실무 중심의 워크숍을 3일 내내 소화하려니 체력이 달리더군요. 잘 들리지도 않는 영어와 씨름하기도 벅찬데(물론 다수는 통역에 의존했지만 ^^), 그 속에서 뭔가 배움의 흔적을 정리하고 남겨둔다는 건 결코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남는 게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시죠? 몸이 고되면 머릿속에 남는 게 많다는 거)
끝으로 우리가 경험한 사례들도 나눌 것이 참 많다는 걸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특이한 저널리즘 환경에서 습득한 우리의 경험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무척이나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구요. ‘선진 사례 배우기’라는 고정된 형식에서 조금 벗어나 더 많이 나누고 교류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저널리즘 콘퍼런스들을 조금씩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당연히 저부터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제 블로그나 페이지가 그렇게 운영돼 왔기 때문입니다. 그 나누는 대상에 아시아태평양, 동아시아가 있다는 걸 우리도 인식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아세안 저널리즘 특별서밋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