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9의 법칙과 기자의 잠재력

‘1:10:89의 법칙’ 한 번쯤을 모두들 들어봤을 겁니다. 다시 짚어보자는 의미에서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1% : 적극적인 콘텐트 생산자(contributors)
  • 10% : 활발한 참여자(interactors)
  • 89% : 콘텐트 소비자(consumers)

이 법칙은 소셜미디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면, Digg의 경우 적극적인 contributor는 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0%는 voting에 참여하거나 댓글을 남기는 그룹(물론 소비도 함께 합니다)이고, 나머지 89%는 주로 보기만 하는 그룹입니다. 아마 메타블로그 등의 소셜미디어도 이 법칙에서 멀리 비켜나 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10:89의 법칙

1:10:89의 법칙을 갑자기 꺼내든 것은 1%의 적극적 생산자와 기자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함입니다. 콘텐트 생산의 측면에서 이 룰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되더군요. 물론 과학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 1% : 창의적 콘텐트(1차 저작물) 생산자
  • 10% : 1% 콘텐트에 대한 비평(2차 저작물) 등의 생산자
  • 89% : 펌글(저작물 복제, 저작권 침해물) 유통자

2007년 1월 저작권호보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요 포털 UCC의 85.5%는 기존 음악, 영화, 방송 콘텐트의 복제물이나 저작권 침해물이라고 합니다. 대략 89% 내외가 되는 셈이죠.

이러한 생산 측면의 ‘1:10:89의 법칙’으로 인해 플랫폼 업체들은 적극적 콘텐트 생산자에 해당하는 1% 잡기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1% 생산자로 인해 10%의 2차 저작물이 생산되고 89%의 소비자(생산*소비 종합적 측면에서의 89%)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1%가 10%를 낳고 다시 89%를 낳고….

1차 저작물 생산자 1%와 기자

그런데 이 1%가 누굴까? 다들 한 번씩은 고민해보셨을 것입니다. 1%를 직군에 따라 분석하는 건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니 일단 차치하겠습니다. 전 1%에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던져보기 위함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자는 온갖 비난을 양산해내는 온상입니다. 각 사별 이해관계에 따라 혹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독자들을 기만하고 속이며 자사의 철학을 관철시키려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기자가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자들이 독자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취재 접근권)을 바탕으로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콘텐트 생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랄 수 있는 정보를 기자들이 다량 보유하고 있고 정보 또한 그들에게 여전히 집중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기자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대중의 코드를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 집단의 언어는 난해합니다. 기자들은 중학교 2학년 수준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쓸 것을 교육받습니다. 즉 전문가와 대중을 이어주는 훈련을 꾸준히 받은 집단입니다. 대중의 코드에 맞는 콘텐트를 생산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자와 블로거의 차이라고 한다면, 기자는 언론사의 ‘브랜드’(매스미디어)에 부여한 전체 권한을 등에 업고 있지만,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1인 미디어) 독자로부터 부여 받은 권한만을 배경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권한과 권력의 격차가 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소셜미디어 스피어’ 안에서 1%의 적극적 콘텐트 생산자로 발돋움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집단입니다. 그들이 개별 블로거(개별 언론사의 이해관계 배제를 전제로)로 활동하기 시작한다면 높은 수준의 1차 저작물을 생산하며 다시 한번 강력한 파워를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일부 기자들은 소속 언론사를 박차고 나와 실행에 옮기기도 했습니다.

기자들은 왜 주저할까

하지만 다수는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기사들의 저작권은 그들의 직장 소유입니다. 콘텐트 제작 과정에 가해지는 제약조건도 적지 않습니다. 노동 강도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퇴사하지 않는 이상 자유로운 글쓰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개별 블로거가 블로그 운영만의 수익으로 먹고살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가장 먼저 빛을 낼 수 있는 집단이 기자들이 아닌가 합니다. 언론사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인정받은 권위와 실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맺어진 수많은 인맥은 빠른 시간 안에 1%로 편입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전제는 있습니다. 언론사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할 것입니다.(어렵다면 프리랜서 기자를 선택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역피라미드식 기계적인 글쓰기 방식을 포기해야 합니다. Cyber 공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과도한 권위주의 의식을 버려야 합니다.

다시 되돌아와서, 기자들이 블로거스피어에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 많은 정보, 더 질 높은 정보가 유통될 때 10% 2차 저작물의 생산그룹이 더 활성화될 것입니다. 당연히 퀄러티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블로고스피어가 좀더 높은 수준의 공론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이러한 집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자들이 과연 블로고스피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마인드를 갖추고 있을까요? 회의적이지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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