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저널리즘에서 For 저널리즘으로

디지털 시대, 뉴스 시장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저는 “저품질 뉴스 공급과잉, 고품질 뉴스 공급부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근저에는 정보 생산자 과잉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세례로 누구나가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주체로 등장하게 되면서, 우리의 주목을 잡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가 디지털 공간에 넘쳐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저품질 정보의 공급 과잉은 역설적으로 고품질 정보에 대한 강렬한 갈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품질 정보에 대한 수요는 넘치지만 공급은 부족한 상태가 현재 한국의 뉴스 생태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현상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저품질 정보는 안타깝게도 ‘About 저널리즘’이 포함됩니다. ‘About 저널리즘’은 말그대로 발생한 현상을 다루는 뉴스입니다. “뭐가 발생했다", “누가 뭐라고 말했더라" 등등 현상의 단순한 묘사만을 담고 있는 정보나 뉴스를 말합니다. 이런 형태의 뉴스를 저품질 뉴스에 포함시킨 것 그 자체의 품질이 낮아서가 아닙니다. 공급이 과잉돼서입니다. 그리고  높아진 정보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목격했다시피, 발생 기사는 중복 가능성이 너무 높아졌습니다. 그건 생산이 워낙 쉽고 생산자들도 많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발생 기사 자체가 덜 중요해진 것이 아니라, 중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희소 가치가 떨어져서입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발굴한 기사는 예외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것을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훔치는 것은 더이상 쉽지 않아졌다는 얘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For 저널리즘이란 독자를 위한 저널리즘

고품질 정보나 뉴스가 무엇일까, 정의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 유형 중 하나는 ‘For 저널리즘’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For 저널리즘’는 독자를 위한 저널리즘입니다. 지금의 독자들은 그들의 삶에, 일상에 직접적인 유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정보와 뉴스를 원합니다. 이는 매우 실용적인 요구일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추가로 등장했다는 뉴스보다 “내가 감염되지 않으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가 독자 입장에선 더 유익합니다. “미세먼지가 작년보다 더 심각해졌다"는 뉴스보다 “미세먼지의 피해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는가”를 담은 정보가 더 선호되는 상황입니다.

독자를 위한, 독자의 유익을 위한 정보와 뉴스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지불의사로 이어집니다. 당장의 유익이 분명한데 백원,  천원을 아낄 이유는 없는 겁니다. 매일매일의 스트레스로 지루함과 우울감에 빠져든 독자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들의 우울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정보와 뉴스는 무엇일까요? 엔터테인먼트일 수 있습니다. 정보와 뉴스는 아니지만 넷플릭스나 IPTV가 이 시장에서 팔리는 이유일 겁니다.

독자들의 심리 상태는 이제 뉴스와 정보를 소비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됐습니다. BBC가 Digital Wellbeing을 신규 프로젝트로 낙점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결국 독자들에게 유익을 주면서도 그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고려한 스토리텔링을 제안하면 독자들은 지갑을 열게 될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언론사들이 이러한 독자들의 흐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듯합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부정적인 뉴스를 보면서, 독자들은 더 불안한 심리상태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뉴스 기피증, 뉴스 다이어트라는 용어가 일상화하는 것을 낯설게 여길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와 달리 뉴스에 노출되는 시간은 더 늘어났는데 하필이면 주로 자신들의 심리상태를 더 부정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들이라는 거죠. 이러한 이유 등으로 자신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왜곡된 뉴스나 정보를 소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For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기능을 회복하려는 하나의 방향

‘For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기능을 회복하려는 하나의 방향입니다. 단순히 독자들의 재무적 이익을 돕는 것만을 상상하시면 안됩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작동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사회적/경제적/문화적/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들에게 Action Item을 제안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모든 것이 ‘For 저널리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과 흡사합니다. 아니 솔루션 저널리즘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관조와 거리두기를 근간으로 삼는 객관주의와는 대척점에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행할 것인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 답을 제시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의 위험이 따르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가면, 정보 생산 장벽의 무너지면서 가속화한 저품질 정보의 공급과잉 상태를 늘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그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정보를 선택해 자신의 시간을 자원으로 투입할 것 같나요? 정보 소비는 시간이라는 사적 자원을 할애하는 행위입니다. 다수의 개인들은 ROI를 따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즐겁거나 재미나거나 유익한 것일 겁니다. 지난해 로이터 연구소는 젊은층들의 뉴스 소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젊은층들이 기대하는 뉴스의 경험은 이러 했습니다.

“젊은 오디언스들은 뉴스를 어느 정도까지는 알아야 할 것들이기도 하지만, 알면 유용한 것이고, 알면 흥미로운 것이며 알면 재미난 것으로 바라본다.”

‘For 저널리즘’은 그 방향을 가리키는 대안이자 흐름입니다. 저 답변 안에 숨겨져있는 독자들의 심리 퍼즐을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사회적 맥락도 유추해보시기 바랍니다. 왜 'For 저널리즘'이 불가피한지 조금씩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자를 위한 정보와 뉴스, 그것은 결국 알아야 할 것보다, 그들에게 실질적 유익을 제공할 수  것에 가깝습니다. 알아야 하는 정보와 뉴스도 얼마든지 그들에게 유익한 것으로 변형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용자 수익모델을 검토하고 있다면, 'For 저널리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