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ios도 시작하는 'AxiosHQ' 소프트웨어 판매...국내 언론사 신규 사업에 주는 메시지

AxiosHQ 홈페이지 캡처

또 한 곳의 언론사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즈니스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름도 유명한 AXIOS입니다. AXIOS는 AXIOSHQ라는 소프트웨어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파악하기로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보이더군요. 보통은 이를 SaaS(Software as a Service)라고 하죠.

대략적인 개요

AxiosHQ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툴입니다. Axios 고유의 리포팅 스타일을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SaaS 기반 소프트웨어인 셈입니다. 이미 2019년부터 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었고,  AT&T 등을 상대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나름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공개적인 출시를 2021년에 하게 된 것입니다.

이 툴의 강점은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을 높여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엑시오스 스토리텔링 포맷의 강점을 사내 커뮤니케이션으로 확대 적용하면 그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검증된 바와 같이 엑시오스의 문법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 내 정치/경제 등 의사결정자 그룹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를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재구성해 판매에 나선 것입니다.

사례를 한번 상상해볼까요? 이메일 기반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기업을 설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원들은 동료나 상사 등에게 여러 정보들을 보고하거나 공유할 것입니다. 하지만 일정한 포맷 없이 이러한 정보들을 공유하다 보면,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을 제안 사항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장황해서 바쁜 시간이 다 읽지 못하는 이메일도 많을 겁니다. 보고를 위한 보고에만 머무는 경우도 많을 것이고요.

AxiosHQ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소프트웨어로 보입니다. ‘무엇이’ 중요하고 ‘왜’ 중요한지를 불릿 포맷의 부제목을 통해서,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AxiosHQ에 사내 이메일로 접속해서 보고서 초안을 만들면, AxiosHQ는 ‘Smart Brevity Score’를 측정해 제시합니다. ‘Smart’, ‘Brief’, ‘Clear’ 3가지 항목에 대한 개별 점수도 알려줍니다. 아주 정교한 문장 분석 알고리즘이 포함돼 있는지는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보고서의 포맷 기준으로  이 점수를 제안하는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예를 들면, ‘Brief’의 경우 글이 너무 길어지면 단어수를 줄여보라는 제안을 해주는 방식입니다.

홈페이지에 제시된 템플릿을 보면, ‘모든 직원 뉴스레터용’, ‘세일즈 업데이트용’, ‘투자자 업데이트용’ 등이 제공되고 있더군요. 각각의 용도에 따라서 제시되는 서브헤드의 문구도 다를 것 같고요. 이후엔 이러한 템플릿이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업데이트 될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메일침프처럼, 해당 이메일을 수신한 직원들이나 동료들이 얼마나 개봉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뉴스레터 솔루션+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이 결합된 형태라고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왜 출시했을까

AxiosHQ는 Axios의 수익 스트림 확장의 한 축이라고 봐야 할 듯합니다. 물론 엑시오스 매출의 대부분이 뉴스레터 광고에서 비롯되기는 하지만, 또한 그것이 플랫폼에 의해 잠식되고 있는 광고 수익에서 조금은 비켜나있는 모델이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광고 수익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겁니다. 이미 알려드린 바 있다시피 , 엑시오스의 뉴스레터 협찬을 포함한 광고 수익 의존도는 약 85%. 그외 수익은 이벤트나 라이선스료, HBO 계약 등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수익 창구 다각화는 모든 언론사의 공통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판매는 내부 기술력을 갖춘 신생 언론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수익 항목입니다. 워싱턴포스트의 Arc만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겠지만, Vox의 코러스(Chorus), Minute Media의 CMS 등도 이 분류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거의 초기부터 엔지니어를 핵심 자원으로 설정하고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왔던 언론사들입니다.

사실 Axios의 CMS도 괜찮다는 평가가 종종 제기되곤 했습니다. 그들의 첫번째 지적재산권 자산이기도 하죠. 하지만 Axios는 그들의 CMS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죠. 오히려 AxiosHQ라는 커뮤니케이션 툴로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CMS 시장의 잠재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툴의 잠재 고객이 달라서기 때문일 겁니다.

CMS 시장은 선두 사업자들이 장악해 들어가고 있는 빨간색 시장이기도 합니다. 워싱턴포스트와 복스가 이미 빠르게 시장에 침투해서 지역 언론사, 뉴스 미디어 그룹 등을 고객으로 삼킨 상태죠. 여기에 후발주자인 Axios가 아주 탁월한 차별성을 무기로 들어가기엔 부족함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Axios는 고질적인 비효율의 요체 중 하나였던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해결하기 HQ를 선보인 것이라고 봅니다. 대형 기업 HR팀의 고민을 덜어주겠다는 전략이었겠지요.

사실 커뮤니케이션 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은 아닙니다. 슬랙도 커뮤니케이션 툴이죠. 하지만 Axios가 주목한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의 비효율이 툴 자체도 문제지만 그보단 글쓰는 스타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착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CMS 쓴다 한들, 그 내용이 부실하면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원활하지 않은 것에서 착안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기존 툴을 쓰더라도 좋은 내용을 만들 수 있는 템플릿을 주고 훈련할 수 있을 때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xiosHQ는 그 시장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AXIOS의 지역 확장과 또다른 성장의 모멘텀
AXIOS가 지역 확장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정치로부터 시작해 기술, 미디어 등으로 꾸준하게 커버리지를 넓혀왔는데요. 이젠 지역까지 도전하겠다는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들의 진취적 역동성은 코로나 국면에서도 좀체 꺾이지 않나 봅니다. AXIOS가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지역은 Minneapolis; Denver; Tampa, Fla.; and Des Moines, Iowa등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치 보도가 중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지역 비즈니스와 기술, 교육이 주된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분야가 뉴스레터 구독…

한국 언론사에 주는 함의는

현재 자사 기술 자원에 기반해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언론사는 거의 없습니다. 자체 개발 인력으로 퍼블리싱 툴이나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경우도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만약 조선일보가 Arc의 한글 버전을 리셀링(reselling) 한다면 규모 있는 언론사가 이 시장에 도전하면 몇 안되는 사례로 꼽힐 겁니다.

소프트웨어 투자는 일종의 기타 사업으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음에도, 국내 언론사들은 이 분야에 대한 투자에 인색했습니다. 언론사가 독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고 충성 독자로 전환시키는 노하우는 사실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탐낼 만한 자원들임에도 이를 비즈니스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화 하려고 해도 자신이 지적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기술 자원일 때가 더 많죠. 이로 인해 선뜻 이 사업 영역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언론사들이 수십년 간 누적돼 왔던 ‘정보 보고’ 메모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새로운 인사이트 도출이나 신규 사업 검토에 활용하는 툴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보유하고 있었다면, 저는 충분히 외부로 판매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모듈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물DB와 그것의 기록 템플릿도 사내 클라이언트 주요 인물 관리 목록 서비스로 활용할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비록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레거시 언론사들이 자체 소프트웨어 투자에 조금더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 자원이 눈에 보이지 않기에 쓸모 없는 것이 아니라 향후 새로운 수익원의 하나로 자리매김 할 수도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해 본다면, 적어도 작은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사들이 이런저런 디지털 서비스를 위해 개발한 수많은 시행착오는 또다른 누군가에겐 구매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엔지니어 인재에 투자에 더이상 인색하지 마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