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 뉴스의 디지털 구독 전환이 한겨레 10만 후원 모델에 주는 함의들

버팔로 뉴스의 디지털 구독 전환이 한겨레 10만 후원 모델에 주는 함의들

버팔로 뉴스가 디지털 구독을 시도한 시점은 2012년입니다. 뉴욕타임스와 시작 시점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누적된 실패 경험이 없었을 뿐이죠.

버팔로 뉴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신문사입니다. 트래픽을 우선으로 뒀고, 신문 광고에 의존하면서 사업을 영위했습니다. 우리의 신문사들과 비즈니스 전략에서 큰 차이가 없었던 거죠. 하지만 2010년 이후 지속된 ‘신문 광고의 위기’는 버팔로 뉴스로 하여금 구독 기반 비즈니스로 옮겨갈 것을 압박했습니다. 이는 미국 지역 신문이라면 어디든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2012년 당시 버팔로 뉴스 내부의 우려는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먼저 온라인 광고에 대한 비중을 높일 경우 신문 광고의 카니발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이었습니다. 내부 설득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버팔로 뉴스는 디지털 구독의 방법론으로서 Paywall를 선택했습니다. 무료로 최대 10건까지만 볼 수 있도록 하고 그 이상은 비용 지불을 요구했습니다.

문제가 있었습니다. 페이월을 우회하는 방법이 너무 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우저의 캐시만 삭제하면 언제든 무제한으로 기사를 볼 수 있었죠. 또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유료 구독자를 위한 로그인 시스템이 너무 번거로웠던 거죠. 페이월을 도입하는 언론사라면 늘 겪게 되는 문제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2017년이 될 때까지 지속됐습니다. 버팔로 뉴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이월을 위한 별도의 뉴스앱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앱은 1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7년에 출시됩니다. 수년 간 이어진 고민들, 결정의 혼란들을 해소하기 위한 그들만의 대안이었던 셈입니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1년 만에 론칭 초기 대비 2배의 구독자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내부에선 여전히 갈등이 지속됐습니다. 트래픽과 디지털 구독의 ‘맞교환’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트래픽은 일부 줄어들었고 디지털 광고 수익도 하락했습니다. 디지털 구독으로 창출한 수익은 이 모든 걸 메워내기엔 역부족이었을 겁니다. 당연히 겪어야 할 과도기적 갈등이었죠.

2018년 이후 버팔로 뉴스의 선택과 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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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버팔로 뉴스는 페이월에 나름 성공한 지역신문 사례로 거론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큰 변화들을 겪었는데요. 먼저 기술적 변화부터 살펴보겠습니다. 4가지 기술적 변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 쿠키 기반에서 IP 기반 페이월로 변경
  • 의사결정을 위한 리포트(What-if)의 개발
  • A/B 테스트를 지원하는 페이월 시스템의 개발
  • 페이월의 취약점을 제어할 수 있는 플러그 시스템으로 개발

쿠키 기반 페이월의 약점은 우회가 쉽다는 점입니다. 쿠키 기록이 서로 다른 브라우저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무료로 접근을 할 수가 있죠. 당연히 ‘굳이 돈 내고 봐야 할까’라는 회의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계량형 페이월을 올리는 언론사들은 대부분은 이 방향으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What-If 보고서 개발과 의사결정자들의 설득

저는 What-If 보고서 개발이 중요한 한수였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의사결정자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그리고 내부 조직의 집중으로 위해 이 보고서는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What-if 보고서는 제목에서도 눈치를 채셨겠지만, ‘그리 되면 어떻게 되는가’를 간결하게 보여주는 보고서 형태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200명의 디지털 구독자가 늘어나면 줄어든 광고 수익을 메워줄 수 있다’ 이런 형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죠.

‘가치 있는 지표는 액션 아이템을 곧바로 발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이 보고서는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거대한 비즈니스의 전환을 받아들어야 하는 임원진들에게, 목표점을 명확히 발견하도록 하고, 이를 지원하고 투자할 수 있는 동인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줄어든 트래픽에 따라 수익이 낮아졌을 때 ‘몇 명의 디지털 구독자를 더 모으면 해결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해결방법을 직관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성과는 대략 2년 만에 나타났습니다. 2018년 기준 디지털 구독 매출은 31만 달러. 우리돈으로 겨우 3억5000만원 정도(연 매출 기준으로 보이긴 합니다 월 매출일까요?). 2019년에는 어떤 실적을 거뒀는지 아직은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31만 달러라는 구독 수익의 규모는 버팔로 뉴스의 규모 등을 따져서 평가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페이월 시스템 개발을 주도했던 David Adkins는 디지털 구독을 검토하는 후발 언론사들을 위해 4가지 조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아마 예상했던 것들일 겁니다.

  • 온라인 구독 프로세스의 간소화 : 이를 통해 디지털 구독자가 40% 가량 늘어났다
  • 무료 시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 1달 정도의 무료 시험 서비스를 사용한 사용자들의 85%가 유료 구독으로 넘어왔다
  • 사용자를 구독자로 유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맞춤형 뉴스레터를 활용하라
  •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 구독 성향 모델링 : 여러 변수를 묶어서 ‘구독 성향 있는 사용자’라는 세그먼트를 테스팅했다. 맞춤형 계량을 위해 A/B 테스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물론 그는 기술적 관점에서 이 조언들을 내놨을 겁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전략을 담당하는 분들도 충분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구독 모델을 수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디지털 구독의 성과를 이뤄내려면 디지털 기술 측면에서도 세밀하게 관리가 돼야 합니다. 저 4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감과 직관, 몇 가지 데이터에만 의존해서는 안됩니다. 도출된 실행 계획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10만 후원모델을 목표로 내건 한겨레를 위해

한겨레의 신임 사장이 ‘10만 후원자’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한 국내에서 10만 명 정기 후원자를 모집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등도 아직 그 지점까진 이르지 못했습니다. 장기 계획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후원 모델은 토우 센터 보고서가 언급한 바와 같이 넓은 의미의 수용자 수익 모델(Audience Revenue Model)에 속합니다. 2018년 발간된 이 보고서는 수용자 수익 모델을 기부, 구독, 멤버십 3가지로 나눴습니다. 신임 사장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본 적은 없어서, 그 분이 실행하고자 하는 수익모델이 기부에 가까운지 멤버십에 가까운지 지금으로선 가늠할 방법이 없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수용자 수익 모델의 프로세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수용자들의 지불의사를 높일 수 있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제공해야 하고, 수용자의 마음을 실행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술적, 비즈니스적 전략이 치밀하게 설계돼야 합니다. 데이비드 애드킨스의 조언을 후원 모델에 적용하면,

  1. 온라인 후원 프로세스를 간소화 해야 하고
  2. 사용자를 후원자로 전환하기 위한 맞춤형 콘텐츠 생산 및 유통 전략이 필요하며
  3. 후원 성향 모델링을 통해 그 세그먼트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한겨례는 후원 방식을 표면적으로나마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 방식에서 배운 점 등을 녹여서 더욱 세밀하게, 기술적 도움을 받아서 진행해야 할 겁니다.

한겨레는 신문이라는 레거시 자산 위에서 수용자 수익 모델을 시도하는 초기 언론사에 해당합니다. 앞선 언론사들과는 극복해야 할 장벽의 무게가 다릅니다. 디지털 구독 플레이북 등에서 볼 수 있다시피 이 전환 전략이 최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년 정도의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전 절차가 필수적일 겁니다. 하지만 한겨레가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아니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수준에라도 이르게 된다면, 수용자 수익모델을 시도하는 국내 언론사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수용자 수익모델로 넘어간다고 해서 디지털 광고를 전적으로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가디언처럼 프로그래머틱 광고(맞춤 타깃형 광고)와 병행하는 유형이 훨씬 많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페이월 모델이 아니기에 광고의 감소폭은 훨씬 덜할 겁니다. 대신 광고 수익의 감소를 염려해서 후원의 증가 장치를 방해하는 형태로 설계되면 이도저도 안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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