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욕먹이는 블로거, 윤리강령 논의 시작하자

블로거 욕먹이는 블로거, 윤리강령 논의 시작하자

얼마 전 조선일보의 아래 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랬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신뢰하지 않는 언론사의 기사라서 넘어가신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혹은 구독하는 블로거가 적어 기사를 접하지 못하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품 홍보해 줄 테니 돈 달라고? 일부 인터넷 동호회 너무해!

이 기사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등장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을 달고 활동하는 일부 유명 블로거들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속수무책으로 들어줘야 하는 업체들도 많다. 미국에서 유기농 화장품을 수입하는 정모씨는 "본사를 탐방한 후 제품 홍보 칼럼을 써줄 테니 뉴욕행 비행기표를 끊어달라는 한 인기 블로거의 요구를 들어준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이 우리 제품이 좋다고 인터넷에 글을 쓰면 하루에 추가주문이 100개 넘게 들어오는데, 어떻게 거절을 하겠느냐"는 게 정씨의 말이다.”

사실 일부 인터넷 동호회의 횡포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문화가 블로고스피어로 유입되고 있다는 소문을 종종 듣곤 하는데요.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윤리적 블로거 소수이긴 하지만

오해는 마십시오. 이 샘플은 수많은 블로거 중의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1~2명의 비윤리적인 블로거가 블로고스피어 전체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블로거 대상 마케팅 방식이 급속도로 유행하면서 광고와 정보가 혼재된 글쓰기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의 사례처럼 광고성 글을 써주겠다는 명목으로 현금, 현물 등을 지원받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기자들이 돈 받고 기사 써주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가 점차적으로 신뢰를 얻어가고 있는 건 언론사 기사의 비윤리성에 대한 대안성을 보증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직하고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며 객관을 포장한 저널리즘을 공격해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광고를 받았다고 하면 광고를 받고 쓴다고 고백하고, 누구를 지지한다고 하면 “난 누구 지지자다”라고 서두에 밝히면서 글을 전개해나갔습니다.

도전받는 블로거의 윤리

하지만 요즘 무분별한 블로그 마케팅이 유행하면서 블로거의 윤리성이 도전을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자칫 이 국면에서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추락할 경우 한국에서 블로거들의 설 자리는 협소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괴담‘이라는 억지스런 논리로 온라인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정부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할 개연성도 높습니다.

미국에선 블로거들의 윤리강령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도 있지만 제프 자비스 교수는 블로그의 3가지 윤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한 바 있습니다.

  1. 정정의 윤리
  2. 링크의 윤리
  3. 투명성의 윤리

'사이버저널리스트넷'도 2003년 블로거 윤리강령을 만들어 공개한 바 있습니다.

  1. 정직하고 공정하라(Be Honest and Fair)
  2. 피해를 최소화하라(Minimize Harm)
  3. 책임있는 블로거가 돼라(Be Accountable)

정정과 링크의 윤리는 그럭저럭 지켜지고 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투명성의 윤리‘는 점차 잊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폰서를 받고 글을 쓰는 파워블로거들의 글을 종종 봅니다. 새로운 수익모델이 실험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투명하게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어느어느 업체의 이벤트에 응모한 글이라고 밝히거나, ‘어느 어느 업체로부터 제안 받은 글입니다’라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마저 어렵다면 스폰서 글을 쓰는 카테고리(블로그 내)를 별도로 분리해, 스폰싱 받은 글임을 독자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최소한의 윤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돈 받고(혹은 광고와 딜하면서) 일명 ‘빨아주는’ 기사 써주는 기자들을 욕해선 안됩니다. 왜 독자들이 기자들을 불신하게 됐는지 곰곰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P.S. 이 참에 한국 블로거의 윤리강령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1. 정직하게 써라
  2. 투명하게 써라
  3. 원 저작자의 소스를 밝혀 써라
  4. 인격을 존중하라
  5. 토론에 관대하라

정리되지 않았지만 간결하게 5가지 원칙을 들어봤습니다. 기자윤리만큼은 되지 않더라도 이에 준하는 정도의 블로거 윤리강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의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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