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신뢰도', 한겨레·KBS 누르다
인터넷블로그, 신뢰도에서 인터넷 신문과 한겨레, KBS를 눌렀습니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신문의 미래’에 따르면 19~35세 젊은층을 대상으로 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했더니 인터넷 블로그가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신문이나 KBS, 한겨레 등 기존 전통 미디어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연령 계층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는 ‘인터넷 포털’로 10점 척도에 5.47을 기록했습니다. 2위는 MBC였습니다.
이 조사는 지난해 7월 27일부터 8월 14일까지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세~35세 이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조사 기간은 2009년 5월 촛불시위 1주년이 2개월 가량 지난 뒤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입니다. 특별히 정치적 이슈가 강한 위력을 발휘하거나 이슈를 전반을 장악할 정도로 정서상의 바이어스가 개입될 만한 기간은 아니더군요.
인터넷 블로그가 기존 미디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보인 것은 이번 조사로 처음 증명된 듯합니다. 블로그 자체를 주요한 여론 생산과 전파의 미디어로 포함시킨 건 그동안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죠.
저자인 유선영 박사는 이 결과에 대해 “블로그와 카페, 인터넷 뉴스의 신뢰도도 상승했는데 이는 현재 정치지형 속에서 젊은층의 정부 불신이 정부 비판적인 대학/지식인, 인터넷, 개인 블로그, 그리고 MBC에 대한 신뢰로 귀착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짧게 분석했습니다.
신뢰도에 앞서 살펴볼 요소가 있는데요. 다수가 신문을 통해 뉴스를 얻지 않는다고 답변하면서도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신문 뉴스 영역은 논평 및 여론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사건/사고나 스포츠, 국제 이른바 신문이 가장 주요하게 배치하는 정경사 영역 뉴스는 대부분 인터넷이나 포털을 통해 얻고 있었고요. 신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비율은 높아봐야 20% 중반대였습니다.
하지만 논평 및 여론 영역은 19~25세가 27.8%, 26~30세가 29.6%, 31~35세가 34.7%로 상대적으로 높은 소비 패턴으로 보였습니다. 젊은층들이 신문 뉴스 영역 중 가장 선호하는 지면이 논평과 여론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합니다.
지난 2008년 저는 죽어가는 신문 오피니언 지면을 확장하라 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여기서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전통적 저널리즘에 대한 반성의 일환으로 미국의 유력지들은 기사에 종종 기자의 의견을 싣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치밀한 취재 결과의 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기사에 녹임으로써 바람직한 방향 선택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제시해주기 위함입니다.
의견의 제시 정확히 표현하면 뉴스 의견의 제시는 독자로 하여금 Reaction을 불러일으킵니다. 단순 정보, 사실 전달 기사의 경우 맥이 빠진 듯한 공허함이 남는 반면, 의견 제시형 뉴스 기사는 피드백과 재피드백을 통해 소통의 고리를 확산시키는 순기능을 낳죠.
“젊은층, 신문 뉴스 중 논평 및 여론을 가장 많이 얻어”
저는 인터넷 블로그에 대한 신뢰도 상승은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독자들은 공허한 객관적 사실을 전달 받기 위해 신문을 더이상 이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오히려 신문 지면 가운데 관점이 분명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사설과 논평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죠. 신문에서 객관 저널리즘이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을 그렇게 넓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거 글에서 신문이 좀더 주관 논증형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솔직하고 정밀한 논거를 가지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뉴스 생산이 현재 신문에게 필요하다고 말이죠. 현재 젊은 독자들은 신문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소비하길 갈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명쾌한 논증으로 제시된 결과물이라면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을 단기적 현상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블로그에 대한 신뢰도에서 힌트를 얻어야 합니다. 블로그는 그야말로 ‘1인칭 미디어’입니다. 블로그를 쓴 사람의 관점이 녹아들어가 있고 그 관점을 공감시키기 위해 다양한 논거와 자료를 제시합니다. 편향됐다는 것 자체를 하나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리고 다른 관점을 소비하기 위해 다른 블로그를 소비합니다.
이렇게 묶여 ‘주관의 총합=객관’이라는 ‘역객관 도출법’에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드백을 하며 토론하고 관점을 조율해갑니다. 공감의 저널리즘이 젊은 층의 뉴스 소비에 익숙하다는 의미입니다.
블로그에 대한 신뢰도 상상은 공감의 저널리즘이 신뢰에 이르는 빠른 길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진정성과 솔직함이 결여된 객관보다 투명한 주관이 신뢰를 주고 있음을 뉴스 종사자들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문의 소비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점이 유통될 수 있는 관점의 공론장, 견해의 토론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의 신뢰도가 주는 핵심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비약일까요?
당시 댓글들
어린뿔 2010/03/26 13:29
http://www.mediagaon.or.kr/jsp/mdata/book_view.jsp?seq=479179
도움이 되실까해서요.^^
몽양부활 2010/03/26 13:39
네 여기에 있는 표를 인용해서 생각을 정리했답니다.
어린뿔 2010/03/26 13:47
아, 링크 따라가보시면 책 원문 PDF 보기가 가능합니다. 블로그 독자분들도 참고하시라고요.^^
몽양부활 2010/03/26 14:06
전문이 공개돼있었군요.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의 모든 보고서가 이렇게 pdf 파일로 공개되는 건가요?
어린뿔 2010/03/26 14:17
저작권 문제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되도록 많은 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상머리 앤 2010/03/27 04:34
‘주관의 총합=객관’
이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최근 들어 모든 언론이 객관성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중동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이젠 한겨레 같은 신문도 조중동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관점을
보이다 보니 객관적인 사실이 맞나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도 조중동이 밀어 붙어니 사실을 말하는데도 선동하는 거 처럼 보일 때도 있으니까요 ^^;;)
요즘엔 오히려 블로거들의 글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편인 거 같습니다.
논쟁이 오가면서 일정 수준의 합의가 이루어지는 지점에서 객관성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