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싸이월드를 떠나고 있을까

[보강 : 6일 정오] 포스트 하단에 이 글에 대한 트위터리안들의 반응을 모아두었습니다.

‘그들은 왜 싸이월드를 떠났나?’

국내 개인 웹서비스의 부침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 물음표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99년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싸이월드’는 한국의 개인 웹서비스를 기술할 때 빠져서는 안되는 상징적 키워드다. 2004년을 ‘싸이월드의 해’라고 부를 정도로 한때 전체 인터넷 서비스 산업의 황제로 군림했던 싸이월드는 현재 추세적 하향세로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그것이 던져준 메시지는 지금도 강렬하다. 혹자는 한국 웹서비스를 싸이월드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정도로 싸이월드는 21세기 국내 인터넷 서비스의 산 역사이기도 하다.

90년대 중반 www로 표현되는 웹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직후 html 코드에 대한 간단한 이해만 있으면 인터넷에 나만의 사적 공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급속히 퍼져나갔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에 그치고 말았다.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운영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과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술적 이해가 충분치 못한 사용자에게 온라인 내집 마련의 꿈은 언감생심이었다. 드림위버, 나모웹에디터와 같은 홈페이지 구축 도구의 소개로 꿈은 실현되는 듯했지만 여전히 높은 진입 문턱에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온라인 내 집 마련의 꿈 살린 네띠앙

그 꿈을 접어야 할 무렵, ‘네띠앙’이라는 개인 홈페이지 호스팅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꺼져가는 불꽃을 살려냈다. 95년 첫 서비스를 시작해 세계 3대 사이트 반열에 올랐던 미국 Geocity의 성공 사례를 눈여겨본 네띠앙은 국내 ‘인터넷 개인화’의 물꼬를 트는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네띠앙은 PC 통신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에서부터 시작해 다음의 카페에 이르기까지 ‘공동체 기반 서비스’만이 평정해왔던 국내 인터넷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본격적인 개인 웹서비스 시대의 문을 열어젖힌 셈이다.

‘온라인 내집 마련‘을 기다려왔던 누리꾼들은 너도나도 네띠앙에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무서운 돌풍을 만들어냈다. 네띠앙이 성공을 구가하던 1999년 당시, 회원 수는 약 800만 명에 이르렀으며, 192만개의 홈페이지와 동호회들이 활동하는 국내 최대의 인터넷 커뮤니티로 급성장했다. 99년 6월에는 국내 최초로 인터넷 조사기관인 알렉사(www.alexa.com)가 선정한 세계 100대 최다 방문자 사이트 중 7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과 창업 1년 만의 성과였다.

하지만 네띠앙은 개인 홈페이지 구축 그 자체에만 집착한 나머지 누리꾼들의 소셜 네트워크 즉 관계 맺기의 니즈(Needs) 충족시켜주지 못하면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왕좌를 내어주게 됐다. 2000년초 컴내꺼, 하이홈 등 유사 개인 홈페이지 호스팅 기업들의 성공 신화를 낳으며 승승장구하던 네띠앙은 2001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퇴조세를 걷게 됐다.

미니홈피, 개인 웹서비스에 사회적 가치를 접목

미니홈피로 대변되는 싸이월드의 성공 요인은 창업자인 이동형씨가 강조하듯 네띠앙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관계 맺기와 공유, 실시간성의 폭넓은 제공에 있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개인 웹서비스’에 사회적 가치를 접목시켜 성공한 첫 인터넷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9월 창업자 이동형씨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싸이월드의 성공 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기존 홈페이지 서비스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일단 만들기도 복잡하고 관리도 복잡했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하나는 홈페이지에 내용을 채운 뒤 알리는 것도 힘들었다. 홈페이지의 내용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것도 큰 즐거움인데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싸이월드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업데이트가 되면 내 지인들에게 업데이트가 됐다는 사실이 바로 공지가 되고. 또 '1촌 파도타기' 등을 통해 접근하기도 쉽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싸이월드는 인터넷 서비스의 주력을 공동체(카페, 학연 커뮤니티)→개인으로 미분화하는데 개인홈페이지 서비스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 개인화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공동체와의 상호소통을 좇으려는 현대인들의 감성적 속성과 요구를 간파했기에 가능했다. 공동체성만이 강조된 카페와 아이러브스쿨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개인 웹서비스가 넘어섰다는 사실은 당시 이례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뒤처질 줄 모르던 싸이월드도 21세기 첫 10년의 끝자락에선 블로그와 트위터를 위시한 글로벌 소셜미디어의 거센 도전 앞에 휘청이고 있다. 코리안클릭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대비 2009년의 트래픽 성장률이 -19%에 이를 정도로 하락세는 뚜렷하다.

이는 싸이월드 초창기부터 지적돼온 1촌 중심의 폐쇄성에 기인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는 정보와 인맥의 개방적 소비와 공유라는 전 세계적 흐름을 간과한 결과일 수도 있다. 기실 싸이월드와 트위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분류되지만 차이는 적지 않다. 싸이월드가 단절된 지인 네트워크 즉 기존의 인맥을 온라인에서 복원하는 서비스라고 한다면, 트위터는 온라인에서 새로운 공적 네트워크(Public Social Network)로 확장할 수 있는 서비스다.

게다가 싸이월드는 지금도 1촌 위주의 사적이며 폐쇄적인 공간이다. 학연, 혈연, 지연 등 기존 인맥의 온라인 재구성에 관심이 높았던 국내 누리꾼들의 공동체성을 훌륭하게 파고들며 성공 신화를 일궈냈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 공적으로 교류하고 싶어하는 요구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글로벌 인맥과의 교류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함으로써 일부 사용자를 글로벌 소셜 미디어에 내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싸이월드는 공동체로부터 주목(Attention) 받고 싶어 하는 한국인들이 ‘온라인 출세’ 열망을 소화하는데 역부족이었다. Public Broadcasting의 성격이 뚜렷한 트위터(+블로그)와 달리 싸이월드는 Private intercasting 성격이 짙은데 싸이월드의 이 같은 약점은 ‘트위터+블로그’ 소셜미디어 연합군에게 빈틈을 허(許함)으로써 하락세로 돌아서게 만든 것이다.

미래

짧지도 길지도 않은 10년여 과거와 현재의 국내 개인 웹페이지 역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회학자 Castells의 네트워크화한 개인주의(Networked Individualism)로 수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 공동체 서비스로 순차적으로 이행해온 영미권과는 달리 공동체(카페, 커뮤니티 사이트) → 개인(개인 홈페이지) → 공동체 연결 개인(미니홈피, 블로그, 트위터) 서비스가 혼재하며 진화하는 특징을 보여왔지만, 거시적인 서비스의 진행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앞으로 등장할 서비스 또한 이러한 거대한 맥락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혹여 트위터나 싸이월드, 블로그가 개별 서비스로서 유행에 그치는 경우가 등장한다더라도 네트워크화한 개인주의(Networked Individualism)를 반영하는 서비스가 그 계보를 잇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화한 개인주의로 진화하다

개인 웹서비스의 미래를 논하는데 있어 2010년 가장 주목할 흐름은 모바일이다. 모바일은 개인화(Individualization)의 압축, 그리고 연결성(Network)의 압축이라는 측면에서 강력한 강점을 지닌 미디어이다. 모바일 SNS가 유력한 차세대 서비스로 거론되는 이유 또한 네트워크화한 개인주의라는 거대한 맥락에 최적화된 도구이자 미디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블로그는 네트워크 기능이 보다 강화된 새로운 융합형 미디어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와 의견의 ‘메인 소스’로서 블로그의 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는 보완적 관계로 ‘정보 생산의 진지’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이 글은 PC사랑 2010년 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이 글을 트위터로 공유를 했습니다.  그에 대한 트위터 사용자들의 댓글 반응을 여기에 모아봤습니다. 다양한 견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데 보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의견을 내어주신 트위터리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rabbiyang : @dangun76 음. 사족이긴 할 터이지만, 개인 영역이 지나치게 침해당하는 것도 있겠죠. 싸이가 절정이던 시절엔 '싸이 흥신소'라고도 불렸으니-_-; (저도 피해를 본 적이 있고, 그 이후로는 이용하지 않아요;)

@ringmedia :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사용자들이 나이를 먹고 있는 겁니다. 야후 꾸러기가 그러하듯이... RT @dangun76 그들은 왜 싸이월드를 떠나고 있을까 http://blog.ohmynews.com/dangun76/314649

@moohando : 유행, 트랜드 변화에 한표! RT @ringmedia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사용자들이 나이를 먹고 있는 겁니다. 야후 꾸러기가 그러하듯이... RT @dangun76 그들은 왜 싸이월드를 떠나고 있을까 http://is.gd/5MoTt

@qrafzv80 : @dangun76 제 생각엔 싸이에 들이는 노력 대비 만족도가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싸이보다 노력대비 만족도가 큰 서비스들이 등장해서 일수도 있고, 사람들의 성향이 점점 간단하고 즉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일 수도 있고...

@Kicho7121 : @dangun76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싸이월드가 하락세인 것은 저나 주변 친구들의 패턴을 보아도 확실해 보이지만, 폐쇄적인 관계에 대한 어느정도의 수요는 후에도 남을 것 같은 것이 제 생각입니다~

@blochoXE : @dangun76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싸이월드가 어느 순간 플랫폼이 되었는데, 플랫폼이 되었을 때 할 수있는 일들에 대해서 '몰랐다'가 맞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SNS 중에서 싸이월드만큼 신뢰도가 강한 서비스는 없다고 보거든요

@blochoXE : @dangun76 신뢰도가 강한 'SNS 플랫폼'으로서 할 수 있는 다른 서비스 영역들이 있을텐데요... 예를 들면 (상상력을 좀 발휘한다면) 지인네트워크가 제공하느는 '신뢰'에 기반한 마이크로뱅크 같은 것들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doimoi : @dangun76 싸이월드가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유행이 끝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싸이월드 뿐만 아니라 모든 커뮤니티의 태생적 한계. 다만 카페는 예외인 것이 범용성이 있어 응용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

@kimminsuk : @dangun76 이런 것도 덧붙이면 좋겠군요. 싸이월드=동굴, 트위터=광장

@parkhyungjoo : @dangun76 재미가 없으니 떠나는 것이겠지요. 재미를 못 느끼는 원인이 굳이 폐쇄성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싸이월드 자체적인 혁신도 없었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바를 제 때 맞춰주지 못하니 떠나는 것이 아닐까요?

@moohando : @dangun76 @ringmedia @kimminsuk 뭐... 뱀다리를 좀 걸쳐보면... @kimminsuk 님의 이야기처럼 동굴에서 광장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싸이월드도 아고라와 비슷한 광장이란 게시판을 마련했지만 신통치는 않다는

@kimminsuk : @dangun76 제가 생각할 때 싸이월드 이전 서비스는 "개인"이 없었습니다. 포털형식의 기업화된 광장이든 집단적 공유의 공간인 커뮤니티 중심이든 둘 중의 하나였죠. 그런데 싸이월드는 지극히 개인화된 그야말로 동굴로 개인들이 기어들어간 것이라고..

@newrun90 : @dangun76 전환에 공감합니다.인간의 라이프사이클상 오프라인 인맥도 변화하고 있는데 싸이월드가 그것을 수용할 서비스를 공급하지 못하는것 같습니다.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공적네트웍이 생기게 마련인데 미니홈피에 편입시키기 쉽지 않거든요.

@moohando : @dangun76 @ringmedia @kimminsuk @parkhyungjoo 아울러 트랜드가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싸이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SK컴즈가 변화를 잘 따라가지 못하고 기존 싸이월드에 안주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kimminsuk : @dangun76 트위터를 포털과는 다르게 표현하면 "개인들"의 광장이라고 오히려 포털보다 더 광장(forum)의 의미를 살려냈다고 생각이 됩니다~

@moohando : @dangun76 @ringmedia @kimminsuk @parkhyungjoo 싸이월드 자체가 푹석 가라앉지는 않겠지만... 싸이월드 주 이용층인 10~30대 여성이 아닌 이상 방치하거나 빠져나가는 경우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혁신이 필요할 때

@doimoi : @dangun76 저는 한마디로 질렸다? 사실 싸이월드의 폐쇄성 같은 것은 업자들의 관점일 뿐 일반 사용자들은 전혀 관심 없다고 생각합니다. 폐쇄성이 문제였으면 네이버와 아이폰은 당장 망했어야죠 ^^;

@kimminsuk : 전 그 가설이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원래 인간이란 집단소속 속에서 개별성을 쟁취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존재죠~ 인간이 변했다가 아니라 기술이 놓쳤던 부분을 이해하고 좇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RT @dangun76 @moohando @newrun90

@moohando : @dangun76 @kimminsuk @newrun90 싸이월드는 이미 친구끼리 연락하는 통로 혹은 연예인, 유명인의 사생활을 보는 통로, 투멤 자랑 정도인지라 @dangun76 님이 언급한 Networked Individualism로 변화가 필요함

@moohando : @kimminsuk 왠지 잘은 모르겠지만 개인화 + 광장 형태의 공간을 점점 원하는 듯한 분위기인 것 같더군요. 그게 앞으로 우리나라 마이크로 블로그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듯 싶구요. @dangun76 @newrun90

@moohando : @newrun90 10~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몇 분 걸쳐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철저하게 20대 여성에 맞춘 싸이트인지라... 20대 여성을 잘 살펴보시면 아실 듯...) @kimminsuk @dangun76

@Hanna_Her : 싸이는 애들만 하니깐 ! 때가되면 떠나서 나이에 맞게 몰려 있는게 순리인듯 ~+.+ RT @dangun76 그들은 왜 싸이월드를 떠나고 있을까

@babyblue012 : @moohando @dangun76 @newrun90 아~ 그쵸. 한땐 싸이하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너도나도 집짓기에 바빴는데..ㅋ 전, 일종의 추억기록장같은 곳이라.ㅎ 미니홈피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통수단인 것 같아요.

@Bazaarwocky : @dangun76 네띠앙 쇠락의 이유를 '관계맺기의 부재'에서 찾고계신데, 위 의견이 너무 진부해서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게 아니시면 뭔가 근거를 들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Bazaarwocky : @dangun76 사회적 관계맺기라는 하나의 결론과 이야기를 향해 사실들이 열지어 서있다라는 인상입니다. 개별 맥락마다 실재로 그러했는가라는 질문을 번복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