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라이브의 위기와 갈등 국면에 대한 짧은 분석
한겨레 라이브의 위기를 언급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겨레의 미래 전략을 둘러싼 내부의 문제 인식의 지형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겨레 라이브가 론칭할 즈음 한겨레 노조는 노보를 통해 내부의 위기 의식을 드러낸 적이 있는데요. 그 내용부터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겨레지부가 5월29일 발행한 노보 ‘진보언론’은 한겨레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 1) 디지털 뉴스 PV 하락
- 2) 디지털 강화 뒤 기자 피로도 증대 및 퀄리티 하락
- 3) 한겨레에 대한 수용자들의 긍정적 인식 하락
- 4) 한겨레 디지털 주독자층의 고령화(50대 이상, 남성, 진보성향 중심성)
굳이 사실을 언급하는 건 한겨레 라이브 론칭을 전후한 내부의 인식을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한겨레 라이브의 기획은 2018년부터 진행된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노보의 지적이 기획 단계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누적된 내부의 위기 의식이 영상 라이브 뉴스라는 형태로 도출된 것은 분명해 보이긴 합니다.
위 4가지의 문제는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 당시 노조의 설명입니다. 아래는 정남구 한겨레지부 노조위원장의 코멘트입니다. 그 또한 이러한 한겨레의 전반적인 위기를 신뢰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무엇을 목표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대로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뢰도 1위 회복’이 한겨레가 나아가야 할 전략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이 ‘한겨레가 보도하기 전엔 우리는 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까지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분석 방법 : 프로덕트필드와 린스타트업
저는 한겨레 라이브의 위기를 분석하기 위해 프로덕트필드 프레임워크와 린분석 틀을 활용하고자 합니다. 이 둘은 넓게는 린스타트업의 범주에 속하는 프로세스 분석틀입니다.(혹은 가설기반설계 방법론이라고도 하더라고요) 미디어 스타트업 지원자들의 프로젝트를 코칭할 때 자주 활용했었습니다.
특히 프로덕트필드는 현재 기획 중인 프로젝트의 장단점과 문제-해결방안 적합성을 빠르게 도출해내는데 도움을 줍니다. 린분석, 린스타트업은 프로세스 관리 방식과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도 유용한 관점을 제공해줍니다. 이 틀들은 어디까지나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주는데(혹은 실패 확률은 낮추는데) 기여하지 성공을 보증하는 도구는 아닙니다.
NPR과 뉴욕타임스, BBC 등은 이러한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자신들의 경험과 연결시켜 그들 자신만의 프로세스 관리 방식을 만들어냈습니다. NPR의 프로젝트 블루 프린트, BBC의 Lean Experience Mapping 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굳이 이 사례를 언급하는 이유는, 특이한 사례에만 적용되는 예외적 프레임워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혁신 성공 사례를 보유하고 있는 언론사들은 이러한 린 스타일의 프로세서 관리 방식을 자기만의 형태로 내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프로덕트필드 프레임워크
한겨레 라이브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였을까
본격적으로 한겨레 라이브에 대한 분석으로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문의 열독률뿐 아니라 디지털 뉴스의 주요 지표들이 하락하면서 한겨레 내부에선 불안감이 팽배했을 겁니다. 경영진이 모를 리 없었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한겨레는 보편화하고 있는 신문의 구독 위기, 보완/대체 경로로서 디지털 부문의 성장 정체, 한겨레라는 브랜드 등을 둘러싼 신뢰의 하락,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는 결절점으로서 성장동력의 위기와 비즈니스 위기라고 설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노보에서도 지적했듯, 고령화하고 있는 한겨레 충성 수용자군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제 의식도 얼핏 엿볼 수 있었습니다.
데일리 뉴스와 전통 방송 문법은 문제 해결에 적합한 수단이었을까
조금더 핵심으로 접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생각엔 경영진과 노조가 파악한 문제 지점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분야에서 새로운 독자를 끌어모으는데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상태였고,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미래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어느 정도 공통 요소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죠. 바로 해결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입니다.
경영진은 영상과 라이브를 미리 점찍어 둔 듯했습니다. 양상우 대표는 2019년 창간 기념사에서 한겨레 라이브를 직접 언급하면서 “비록 시작은 작지만, 한겨레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 10년, 영상은 한겨레의 가장 큰 기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서 영상은 향후 10년의 미래를 책임질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겁니다. 여기에 ‘라이브’라는 형식을 떼어놓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보협 부문장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에게 이 역할을 맡길 때부터 경영진은 이미 라이브라는 형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진의 이러한 해결 방안은 15억원이라는 투자금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구글뉴스이니셔티브의 2억여원도 이 작업에 투입이 됩니다. 한겨레로서는 상당히 많은 자원이 이 프로젝트에 할당이 된 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건 오랜 시간의 영상 제작 노하우를 지닌 한겨레가 라이브라는 형식을 애초부터 염두에 두고 솔루션으로 제시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자산에서 PV가 하락하고 기자들의 피로도가 증대해 퀄리티가 추락하는 문제 그리고 수용자층이 고령화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튜브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내러티브를 지닌 라이브 뉴스로 해결하는 방안이 적합했을까요? 정확히는 어떠한 논리와 인과관계적 추론을 거쳐 이러한 해법이 도출된 것일까요?
추정해보면, 1) 대세 포맷으로 성장하고 있는 영상이라는 콘텐츠 형식, 그리고 사용자 층의 확대가 두드러질 정도의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는 유튜브라는 플랫폼, 그 안에서 비교적 알고리즘의 노출 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 라이브라는 형태 등은 한겨레가 해결방안으로 라이브를 선택한 근거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제 의식과 동떨어진 전략은 아니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수용자의 구체적 정의 : 하지만 빠져있는 것이 발견됩니다. 일반적으로 언론사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때, 해결할 만큼 중대한 가치 있는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차원의 조사가 선행돼야 합니다. 미디어(경쟁 환경) 문제와 타깃 수용자 문제입니다. 한겨레는 내부 미디어의 문제 파악에는 구체적이었지만 수용자 문제 정의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구체화해보겠습니다. 노조의 조사에선 일부 관찰되지만, 김보협 부문장의 인터뷰나 양상우 대표의 인터뷰 등에선 어떤 수용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에 대한 세밀한 언급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충성 수용자층의 고령화를 문제로 정의했다면 해결책은 50세 미만의 젊은 수용자층을 불러오기 위한 전략으로 귀결이 돼야 할 겁니다.
단순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그저 가정입니다)50세 미만의 비진보층, 여성을 끌어들이겠다고 상정을 했다면, 이들이 현재 한겨레 뉴스에 대해 어떤 문제를 품고 있는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고 어떤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지 조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유효한 유익 제공 전략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라이브와 관련된 여러 글들, 인터뷰를 살펴보면서 이러한 문제를 조사한 흔적은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김보협 영상부문장이 직접 쓴 6월13일 글을 인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활자보다 영상에 친숙한 세대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한겨레미디어그룹이 생산하는 주요 뉴스 콘텐츠를 영상으로도 전하고자 하는 겁니다. 라이브 형태로 당일 뉴스를 방송하니까 다음날 아침에 배달되는 신문보다 12시간 정도 빠르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한겨레 라이브 담당자들이 인식한 수용자 문제는, ‘한겨레의 관점을 담은 뉴스를 더 빨리 받아보지 못해 그간 문제였다’로 귀결됩니다. 한겨레를 향해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는 수용자층은 누구일까요? 그들은 한겨레 라이브를 통해 확보하고자 했던 그 수용자층일까요? 사실 이 정보를 공개된 자료를 통해서는 확인할 길이 없긴 합니다. 다만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은 한겨레 라이브는 신문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느끼는 ‘신속성의 한계’를 해결하고 싶어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 신문 독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도구로서 한겨레 라이브를 상정했다고도 유추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겨레 라이브는 바로 위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데일리 라이브의 Core Value : 영상부문의 이 인식은 ‘종이신문에 비해 12시간 빠른’을 전제로 합니다. 한겨레를 신문으로 구독히고 있는 수용자들 가운데 한겨레 보도가 다소 느리다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에겐 만족할 만한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이 건은 디지털 텍스트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단지 시차의 문제였다고 하면 말이죠. 하지만 유튜브 내 라이브 영상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건 기존 충성 수용자가 아니라 새로운 젊은 수용자를 겨냥했기에 내린 방책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맥락에서 무척 세련된 해결책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심지어 6시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공략하고자 하는 수용자층의 라이프스타일은 거의 고려되지 않은 듯했습니다. 김보협 부문장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고발뉴스 인터뷰입니다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뉴스가 저희 콘셉트 중 하나라면 또 하나는 한겨레 콘텐츠를 신문에 앞서 12시간 빨리 전달한다는 의미로 ‘라이브 퍼스트’예요. 보통 오전엔 라디오가 뉴스의 흐름을 주도해요. 오전에 할 경우 저희는 전날 뉴스를 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건 아니라고 판단했고 뉴스가 가장 활발한 시간이 5시부터 7시라고 판단했어요. 5시에 라이브 하려면 현장 기자들이 늦어도 4시까지는 스튜디오로 나와야 하는데 기사 마감 시각이 5시예요. 일찍 마감하고 온다고 해도 6시 정도는 돼야 편집국 기자들이 출연할 수 있겠다고 봤어요. 6시가 일종의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본 거죠."
김보협 기자는 오전이 아니라면 뉴스가 가장 활발한 시간을 오후 5시~7시라고 얘기했습니다. 뉴스 소비가 활발한 시간대를 말하는지 뉴스 생산이 활발한 시간대를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뉴스 소비가 활발한 시간대가 아니라는 건 여러 통계들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시피 오후 5~7시는 뉴스 소비는 출근 시간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수용자 조사를 실행해봐도 5~7시가 뉴스 소비의 피크타임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내지는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보협 기자가 말한 ‘뉴스가 가장 활발한 시간’이라는 건 뉴스 생산 시간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급자적 관점에서 라이브 방영 시간을 설정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최근 들어 20시~24시 시간대를 선점하기 위해 여러 뉴스 채널들이 오픈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이러한 경쟁 환경을 고려해서 비교적 안전한 시간대를 선택했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정이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출처 : https://newsmapping.com/news-from-data
문제와 해결방안의 적합성 : 저는 전형적인 공급자적 접근(통상 이를 전통적인 제품 개발 방법론이라고 부릅니다)이 내린 결과라고 생각을 합니다. 더스킴이 오후 팟캐스트를 5시에 시작한다고 공표했을 때, 그들은 그 근거로 자신들이 타깃하려는 독자들은 그 시간에 짐에서 운동을 하고 있거나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이미 그들은 공략하고자 하는 수용자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꿰차고 있었던 겁니다.(그래서 팟캐스트로 접근한 것이고요)
하지만 한겨레 라이브 쪽의 인터뷰를 보면 6시에 그들 수용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분석이 제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자들의 현실적인 사정을 주된 이유로 언급하고 있었죠. 수용자들이 그 시간에 직장에서 일하면서 유튜브 라이브를 켜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프로젝트는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대기업 임원층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이처럼 공략 수용자층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형식과 방영 시간 선택은 곧장 퍼포먼스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명확한 공략 수용자층이 구체적으로 정의되지 않았기에 최적 방영 시간대 결정이 내부 조건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한겨레 라이브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비전-미션-목표의 구조를 먼저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 비전 : 달성하고자 하는 큰 그림
- 미션 : 어떻게 비전을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일반적 진술
- 목표 :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달성할 필요가 있는 진술
그리고 목표는 아래와 같은 5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 구체성(Specific): 목표는 조직의 모든 사람에게 전달되고 이해될 수 있는 방식으로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 측정 가능(Measureable): 완료를 향한 최종 목표와 노력이 어떤 식으로든 관찰되고 정량화될 수 있다.
- 실행 가능(Actionable): 조직은 행동을 취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 관련성(Relevant): 목표는 조직의 임무 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시간 제약(Time-Constrained) :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정해진 기간이 있다.
한겨레 라이브를 진단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목이 바로 한겨레 라이브의 목표(Goal)입니다. 한겨레 라이브를 통해 내부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희미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향후 수 년 안에 기존에 없던/이탈했던 독자층을 개발함으로써 ‘젊고 신뢰받는 한겨레’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단순히 수 년 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데 기초 자산으로 삼겠다는 것인지 여러 문서를 봐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영상이 뜨고 있으니 대응해보라는 정도 외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물론 2019년 양상우 대표의 신년사를 보면 대략적인 비전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상 플랫폼과 콘텐츠의 확대는 한겨레가 ‘종이신문사’를 넘어 미디어 빅뱅 시대의 격변에 뒤처지지 않을 안전판이자 ‘멀티미디어 플랫폼•네트워크’로 진화하려는 새로운 도전의 구름판 구실을 해줄 것입니다.
‘한겨레는 더이상 종이신문사가 아니라 멀티미디어 플랫폼이 될 것이다’라는 비전이 담겨 있는 문구입니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영상 부문을 강화하게 됐고, 한겨레 라이브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을 하기 위한 중대한 프로젝트다라는 정도까지는 유추가 가능합니다.
이런 비전에 따라 한겨레 라이브라는 영상 부문에 부여돼야 할 목표는 종이신문을 넘어선 수용자를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수익원을 확보할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솔직히 멀티미디어 플랫폼-네트워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긴 합니다.)
해결 방안에 대한 짧은 제언
명확한 미션 및 목표의 설정 :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겨레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정의해야 합니다. 수용자 분석이 완료되면 가야 할 길이 분명히 보이게 될 겁니다. 물론 이미 경영진 층이 하나의 목표를 제시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향후의 수익일 수도 있고 향후의 새로운 독자층 개발일 수도 있을 겁니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어떤 수익을 확보할 목표로 할 것이냐(광고냐 구독이냐)에 따라 콘텐츠의 퀄리티와 코너들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독자층 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독자 확보를 목표로 삼느냐에 따라 영상의 포맷와 접근법은 크게 바뀌게 됩니다. 이 목표는 사내에 공유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공략 수용자층에 대한 구체적 정의와 분석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수용자층이 정확히 정의되지 않으면 그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 한겨레 뉴스와 관련해 경험하고 있는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어야 라이브 영상이 제안할 수 있는 가치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2시간 빠른 뉴스’ 다시 강조하지만 신문을 보는 독자들을 전제로 한 가치 제안입니다. 매일매일 포털이나 유튜브에서 뉴스를 접하거나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12시간 빠른’이라는 가치는 그렇게 매력이 크진 않다고 봅니다.
요약하면 1) 공략 수용자층을 먼저 정의하고 2) 그들이 한겨레 뉴스에 대해 생각하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3) 그 문제를 해결하는 영상 전략을 다시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수용자들이 얻게 될 유익(Benefit)이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익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으면 다른 경쟁 콘텐츠 소비를 포기하고 넘어올 유인이 없어집니다. 미디어와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첫번째 절차입니다.
OMTM의 설정 및 공유 : One Metric That Matters. 가장 중요한 하나의 지표입니다. 이 지표가 설정되기 위해서는 앞선 과정을 통해 목표가 도출돼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가정입니다) 50대 미만 비진보 여성 수용자층을 한겨레의 충성 독자로 전환시키겠다고 한다면, 총합으로서의 ‘동시접속자’수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50대 미만 비진보 여성 수용자층’의 동시접속자수를 분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반복적으로 시청하는지를 측정해야 하는 거죠.
위 가정을 전제로 한다면 OMTM은 시청자 중 공략 수용자 비중과 해당 수용자의 평균 시청시간을 결합한 ‘공략 수용자층의 규모 만족도’를 인덱스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규모의 증가와 만족도의 증가를 동시 결합하는 지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이 지표를 유튜브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유튜브 애널리틱스의 일부 지표를 결합해서 추가 개발해야 할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OMTM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 목표가 희미하거나 불분명하면 팀원들이 사분오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영상을 제작하거나 코너를 기획하거나 제안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OMTM이 설정되면 나머지 팀들에게 개별 KPI를 수월하게 제시할 수도 있게 될 겁니다. 하나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팀원뿐 아니라 관계된 부서와 공유하는 것은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연한 절차입니다.
프로젝트 워킹 프레임워크 개발 : (예전 글로 대신합니다) 수용자 변화에 열려 있는 업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겁니다. 해외 사례니 하는 트렌드는 그들의 수용자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그 조직이 만들어낸 해결책입니다. 여러분의 수용자와 그들의 수용자가 동일한 성격과 특질을 갖고 있다면 해당 트렌드를 수용하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겁니다. 하지만 다르다면? 그 해결책은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트렌드 벤치마킹은 그래서 복불복 게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걸맞는 새로운 전략은 수용자의 변화를 시시각각 수렴해서 이를 해결방안으로 내놓는 업무 프로세스를 설정하는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 것이 바뀌지 않으면 변곡점이 발생할 때마다 외부에서 해답을 찾는 고답적인 프로세스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인들의 해답은 해당 언론사가 지닌 독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가 없기 때문에, 최적화된 값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이제 이런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풋-프로세스-아웃풋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피드백을 업무 프로세스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낙오하지 않고 유지하며 확장하는 전략 중의 전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TF-강연/자문-보고서-실행과 같은 낡은 프로세스를 이젠 내던져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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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현재 재직 중인 직장의 이해와 전혀 관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둡니다. 미디어고토사 운영자의 생각임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