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영역 '팩트 체커', 집단 지성이 대신한다
Fact Checker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생소하지는 않을 겁니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분야별 전문가 20명을 모셔와 팩트 체커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언론사의 생명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꼼꼼하세 사실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해외 유력 언론에선 오래 전부터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팩트 체커를 운영하고 있는 언론사를 들자면 독일의 슈피겔을 들 수가 있죠. 무려 80명이 풀타임으로 팩트 체커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슈피겔은 1947년께부터 이 시스템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뉴욕커는 16명으로 구성돼있고,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이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세계 유력지의 상징과도 같은 직무입니다.
통상 정치 기사는 타사 보도 참조 등 크로스체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과학 분야는 인용된 논문를 직접 읽어보고 그릇된 사실이 없나 검증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최종 기사가 탄생을 하게 됩니다.
팩트 체커는 여태까지 전문가의 영역이었죠.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 혹은 전문 에디터들이 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언론이 다루는 기사의 분야가 다양해질수록 팩트 체커가 늘어나야 하는데, 이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트러스트, 크라우드소스형 '팩트 체킹' 실험
이런 가운데 팩트 체킹 시스템을 독자들에게 맡기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어 주목을 끕니다. Newstrust가 주인공입니다. 미디어 벤처 기업인 Newstrust가 포인터 연구소와 공동으로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팩트 체킹 시스템을 지난 2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죠.
이 시스템은 내부 편집진이 연구가 필요한 일부 인용문를 제시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독자는 이 인용문에 대해 사실, 거짓 의사 피력을 할 수 았고 댓글도 달 수 있습니다. 또한 뉴스트러스트 측은 블로그를 통해 확인된 정보를 함께 공유하기도 합니다.
왼쪽 그림을 보시면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newstrust는 하루에 한 건 정도 인용 문구에 대한 검증을 독자들에게 요청합니다. 통계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어뷰징 방지를 위한 것이겠죠. 집계된 내용은 newstrust의 블로그에 공개됩니다. FactCheck.org이 조언그룹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Newstrust는 Good Journalism을 표방하며 2006년에 설립된 소셜 뉴스 사이트입니다. newstrust는 Digg, Reddit의 Voting 알고리즘 방식이 저널리즘의 질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며 '질적 평가' 중심으로 한 알고리즘을 도입해 화제를 불러모았습니다. 또 저널리즘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등록절차도 까다롭게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창업자 인터뷰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우리가 시도하려는 것은 품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우리는 독자로서 여러분들을 도우려고 하며, 충동적 본능(gut instinct)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메리를 지닌 스토리를 잘 볼 수 있도록 진실로 돕고 싶다. NewsTrust는 여러분이 충동적 반응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있다. 나는 여러분들이 부시 정책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단지 우리는 올바른 저널리즘이냐 아니냐 아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그 방법론을 찾는 것이다. "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Newstrust는 성공적인 사이트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습니다. 2009년 150만 UV를 기록했습니다. 월 평균 PV는 42만, UV는 13만명 수준입니다. 성공적인 사이트라고 보기엔 초래한 성적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비영리 뉴스 사이트라는 점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성공 관건은 더 많은 시민 참여
이러한 상황에서 Newstrust는 다시 실험에 착수한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종종 유통되는 잘못된 정보를 '집단 지성'을 활용해 교정하고 수정하는 시도에 나선 것입니다.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Fact Checker가 다중에게 개방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성과를 장담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기대는 하게 됩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검증의 눈' 역할을 하게 된다면 10여명의 Fact Checker 조직보다 더 강력한
사실 확인이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냐에 달렸습니다. 이를 위해 Newstrust는 사용자를 더 많이 끌어모아야 할 것입니다. 집단 지성이 Fact Checker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도전적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할 책임감이 그들에게 부여됐습니다.
저는 시민의 참여에 의한 사실 검증 실험으로 의미를 부여해볼 생각입니다. 그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실험을 적극 지지합니다.
당시의 댓글
top_genius 2010/08/05 19:52
참여자에 대한 응분의 보상이 없는한 그 한계가 뚜렷합니다.
백수광부 2010/08/06 12:32
대중들에 기대는 방식의 한계가 뚜렷한데요, 대중들은 사실을 믿는 게 아니라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습니다. 팩트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Newstrust의 실험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몽양부활 2010/08/06 15:03
전 대중, 다중, 공중 그 표현이 무엇이든 이러한 일반화는 위험한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은 하나의 명제와 문장으로 귀결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조건과 환경하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단정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요.
만약 그 논리대로라면 사용자의 참여를 중심 축에 놓고 있는 다수의 웹 서비스들은 모두 실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의 페이지랭킹도 마찬가지겠지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대중에게 1인 1표를 제공하는 민주주의 시스템도 그런 흠결의 비판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들의 한계를 인식하고 조정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과제이지, 신뢰 자체를 거둬들일 성질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백수광부 2010/08/09 19:47
'일반화의 오류'가 논리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예외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즉, 일반화를 하면 그 예외를 놓치기 때문에 일반화의 오류는 소중하게 취급돼야 합니다. 그런데, (범용) 웹서비스, 웹솔루션의 성패 예측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서비스와 솔루션을 이용할 것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부의 예외적인 사용자들의 존재를 무시해도 됩니다. 모든 이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정책은 있을 수 없습니다. 웹서비스 웹솔루션의 성패 예측에서는 오히려 일반화를 더 잘 할수록 더 정확한 예측이 될 수 있죠.
백수광부 2010/08/09 19:39
제 생각은 기획자가 아닌 마케터의 관점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나온 것인데요. 사람들의 모든 행동에는 어떤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이 대전제입니다. 그 유인은 욕망, 욕구와 관련이 있죠. 사용자의 참여를 중심 축에 놓고 있는 웹서비스들은 그 자체로 참여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충분히 '유인'이 성립합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대중들에게 팩트를 확인하게 하는 솔루션은 대중에게 어떤 '유인'을 제공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언론사와 기자에게 유인을 제공할 뿐이죠.
즉, 팩트가 아닌 것을 보도했을 때 독자가 그것을 믿고 행동에 옮겼다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언론사로서는 팩트 확인을 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팩트 체크 솔루션이 제대로 운용된다면 언론사로서는 팩트 확인을 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언론사로서는 그 의무를 분담하게 되니 팩트 체크 솔루션은 그 자체로서 큰 유인이 됩니다.
그런데 독자에게는 팩트 확인을 해야할 의무가 있습니까? 없죠. 네티즌 독자들은 그저 뉴스를 소비합니다. 그렇기에 팩트 체크는 독자들에게 유인이 아니라 부담만 될 뿐입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네티즌 독자들은 자기의 입장에 유리하게 정보를 취사선택합니다. 팩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팩트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그 정보가 당장 자기에게 유리한가 아닌가가 중요합니다.
백수광부 2010/08/09 19:46
Newstrust의 성공 및 팩트 체크 시스템의 성공의 관건은 당연히 더 많은 시민 참여입니다. 그런데, Newstrust가 확보해야할 충성스런 시민 고객은 현재 Newstrust의 충성스런 고객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아무런 유인이 없는데 Newstrust를 외면하던 외부자로서의 시민들이 뭘 보고 참여를 하겠습니까? 팩트체크 솔루션의 가치? 그들에게는 부담이고 의무인데 그것을 높이 평가할 이유가 없죠. 슈피겔이나 뉴욕타임즈나 뉴요커지 처럼 언론사의 부담으로 팩트 체크 솔루션이 가동된 결과물을 편안히 받아보는 게 더 이익인데, 왜 굳이 팩트 체크를 직접 하겠습니까?
펙트 체크 솔루션이 유인이 되는 경우란 네티즌 독자들이 그들이 활동하는 공간 (여기서는 Newstrust)이 자신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충성스런 독자의 입장에 있을 경우만입니다. 즉, 이 말의 의미는 Newstrust의 팩트 체크 솔루션은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참여 공유 활동을 하는 네티즌 소비자와 Newstrust의 니드를 충족시키는 솔루션일 뿐, 콘텐츠 소비자인 외부 네티즌들의 니드를 충족시키는 솔루션이 아니라는 겁니다. 즉 팩트체크 솔루션은 기존에 존재하는 Newstrust 애독자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집단지성에 의한 독자 참여에 의한 팩트 체크 솔루션? 당연히 좋죠. 그 가치를 누가 부정하겠습니까? 대중에 대한 신뢰? 사실 알고보면 저만큼 대중주의자인 사람도 없습니다. 대중들이 팩트 체크 솔루션 자체에 대한 유인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대중에 대한 신뢰를 거두는 발상이 아니라 대중의 니드, 대중의 욕구의 실체를 파악한 결과를 말한 것 뿐입니다. 저는 Newstrust의 팩트 체크 솔루션의 가치를 폄하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그것이 성공을 하려면 더 많은 외부 대중들의 참여가 필요한데, 그 더 많은 외부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유인'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 뿐이죠. 그래서 결국 실패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