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ered Paywall과 네이버 뉴스는 공존할 수 있을까

오늘 한국언론진흥재단 저널리즘주간 ‘독자 커뮤니티’ 발표를 듣다가 떠오른 고민거리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지만, 한국 저널리즘 생태계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수익의 중심 축을 수용자 수익 모델로 전환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미디어고토사에 수용자 수익모델이라는 카테고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높은 장벽들이 여러 곳에 놓여 있습니다. 오늘 주제도 이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아래 표를 먼저 봐주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으로 A라는 언론사의 수용자는 소비 경로 측면에서 분석하면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전제에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역동적 유료장벽이라 불리는 Metered Paywall을 채택할 경우 중요하게 측정해야 할 지표 중 하나는 Stop Rate입니다. 월 순방문자 중 지불 페이지까지 도달하는 사용자의 비중을 의미합니다. 월 단위로 하든 일 단위로 하든 상관은 없습니다만, 유효한 기간은 상황에 맞게 판단을 하시면 될 겁니다. Stop Rate은 업계 중간치로 보면 2~4% 정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잘 나오면 6%까지 이르게 되죠.

이 Stop Rate을 높이기 위해서는 Metered Paywall의 미터, 즉 개인 사용자에게 월 단위로 무료 접근이 허용되는 기사의 개수를 낮춰야 합니다. 이미 확인하셨겠지만 뉴욕타임스가 끊임없이 무료 허용 기사의 접근 수를 줄여온 것도 Stop Rate을 높여 전환의 확률이 높이기 위한 조치 중의 하나였습니다.

좋습니다. 그 비율이야 어찌됐든 Metered Paywall이 작동하려면 일단 사용자가 지불 페이지와 만나야만 합니다. 하지만 네이버에 모든 기사를 전송하고 전재료를 받고 있는 언론사라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지불 페이지와 만날 수 있는 사용자의 비중이 낮아질 수 있고 심지어 우회로까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네이버와 해당 언론사의 웹사이트를 교차해서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적어도 이 정도 사용자 층이라면 충성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언론사 웹사이트를 방문하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들이 지불 페이지와 만나려면 네이버에서 언론사 웹사이트로 넘어와 m만큼의 기사를 소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불 페이지와 부딪히게 되는 거죠. 그러나 이 사용자는 지불 페이지와 만나자마자 네이버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왜냐면 보고자 하는 기사를 지불 페이지에 우회에 네이버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에서만 그 언론사의 기사를 소비하는 이들은 더할 나위가 없겠죠. 해당 언론사의 지불 요청 페이지와 만날 확률은 사실상 0%입니다.

결과적으로 언론사의 지불 요청 페이지와 만날 수 있는 사용자는, 소셜/뉴스레터 사용자, 네이버-언론사 교체 소비 사용자, 언론사 웹사이트 온리 사용자 이 3개 부류일 겁니다. 하지만 이들의 규모는 생각만큼 크지 않습니다. Meter Paywall이 작동하기 위해서, 그래서 지불 요청 페이지에 더 많이 부딪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회로를 최대한 차단해야만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조건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대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겁니다.

1안 - 네이버 계약 해지 및 전송 포기 : 네이버 전송에 따라 배분 받는 연간 수익과 수용자 수익모델로 예상되는 연간 기대 수익을 비교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 규모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면 이 안을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겁니다. 네이버에 인링크로 전송하지 않으면 그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광고 배분 수익을 얻을 수 없고 이 경우 해당 언론사의 디지털 수익 격감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안은 그렇게 대안이 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2안 - 유료와 무료 기사를 분리하는 FreeMium 모델 도입 : 아마 이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언론사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유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 언론사들이 시도한 대부분의 유료화 모델이 프리미엄 모델에 기반했고 성공한 케이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사실입니다. 이 교훈을 쉽게 잊어서는 안됩니다. 토마스 백달은 더이상 프리미엄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수용자들의 지불 의사는 프리미엄이 아니라 모멘텀, 즉 어떤 계기나 기점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프리미엄은 이러한 모멘텀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무료 콘텐츠 사용자들이 옆에 존재하는 유료 콘텐츠로 전환이 안되더라는 겁니다. 이런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던 거죠. 그나마 성공한 대부분의 수용자 수익 모델이 Metered paywall 아니면 기부(후원) 모델이었죠. (프리미엄 모델의 한계는 추후에 다시 한번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3안 - 네이버와의 협업 : 어차피 전재료 모델이 사라진 이상,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서 네이버 뉴스 내 지불 장벽을 해당 언론사에게 선택적으로 열어주는 방식입니다. 당연히 노출되는 광고 슬롯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에 네이버로부터 배분받을 수 있는 광고 수익의 규모는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1안에 비하면 감축 정도가 덜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 풀어야 할 과제가 남습니다. 네이버에서 해당 언론사의 지불 요청 페이지를 만나도록 협력할 경우, 여기서 취득한 개인정보를 네이버가 언론사에게 넘겨줄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사용자의 동의가 없다면 이 또한 과제로 남을 겁니다.

Metered Paywall에 대한 이해와 오해

Metered Paywall은 모든 기사를 장벽 안에 가두는 모델입니다. 전제 자체는 모든 콘텐츠에 대한 접근은 오로지 지불한 사용자에게만 허락한다는 것이죠. 다만 ’선택적 해제’를 통해서 개별 사용자들에게 월 m 건만큼만 무료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이 전제는 모든 콘텐츠가 공개되는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나도 완벽한 복제물이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한, 굳이 지불 요청 페이지의 우회 경로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나마 보완책이 될 수 있다면

1) 네이버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고급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다수 제작하는 방안 : 이는 동일 내용이나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차별화를 통해서 지불 요청 페이지와 더 많이 만나도록 하는 보완책입니다. 네이버는 리치 콘텐츠를 자사 뉴스 페이지에서 구현하는 걸 차단하고 있기에 불가능한 선택지는 아닐 겁니다. 대신 이러한 류의 콘텐츠를 연속물, 시리즈물로 제작함으로써 한번의 유입만으로도 곧 지불 요청 페이지와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여나가야 할 겁니다. 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웹사이트에 이러한 리치 콘텐츠 중심의 퀄리티 뉴스를 더 많이 만들어야 사용자들의 인지를 불러낼 수 있을 겁니다.

2) 네이버에서 경험할 수 없는 프로덕트의 차별적 사용자 경험 제공 : 위 안이 콘텐츠에서의 경험 차별화를 통해 교차 사용자 비율이 높여 지불 요청 페이지 이르게 하는 전략이라면, 이것은 언론사가 운영하는 뉴스 프로덕트의 차별적 설계를 통해서 ‘이 기사도 언론사 웹사이트로 가면 또 다른 뭔가가 있겠지’라는 기대를 선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1안보다 Stop rate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있습니다. 다만 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프로덕트에 지불 요청 페이지를 연결시킴으로써 효과를 만들어낼 수는 있을 겁니다.

하드 페이월을 고수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해당 기사의 제목을 구글 검색창에 입력하면 무료로 볼 수 있는 뒷구멍이 열려 있었던 때가 있었죠. 의도적으로 허용하기도 했을 테지만 결국엔 모두 닫아버렸습니다. 네이버는 이 우회로보다 더 큰 뒷구멍입니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네이버에서 무료로 뉴스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이 유료로 돌아설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네이버를 깔대기 구조 상 획득 창구로 간주하는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사용자들은 우회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전환도 쉽지 않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로부터 받는 수익의 감소폭을 최소화하면서 Metered Paywall이 작동하는 구조를 설계하려면, 획득 경로로서의 의미가 있는 채널을 확장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웃링크 기반의 소셜 채널이든 뉴스레터든 이 경로로 유입되는 사용자 비중을 높여냄으로써 지불 요청 페이지와 자주 만나도록 하는 독자 개발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네이버에 전송하는 이상, Metered Paywall를 작동시키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