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그리-하트의 '제국'을 읽고
제4부 제국의 쇠퇴와 몰락
1장 가상들
- 제국에서는 어떤 주체성도 외부에 있지 않으며 모든 장소는 일반적인 ‘무-장소’에 포섭되어 있다.
척도 바깥에
- 정치 이론은 존재론을 다뤄야 한다고 우리가 말할 때, 우리는 무엇보다도 정치는 외부로부터 구성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제국은 순전히 긍정적이다. 제국을 구성하는 어떠한 외재적인 논리 기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 세계에서 가장 당연한 일은 세계가 정치적으로 통일된 것처럼 보이고 시장이 전지구적이며 권력이 이러한 보편성을 관통하여 조직된다는 것이다.(452쪽)
- 루돌프 오토와 조르주 뒤메질과 같은 역사 인류학자들이 사용했던 신성한 권력 신화로부터 ‘연방주의자’의 저자들이 기술했던 새로운 정치학이라는 원칙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은 제국으로의 이행과 함께 사라진다.
- 그러나 제국의 존재론적 지평 위에서만 세계는 결국 척도 바깥에 존재하며 여기에서 우리는 형이상학이 측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극도의 증오를 분명히 볼 수 있다.
- 측정할 수 없다고 할 때, 우리는 제국적 존재의 정치적 발전이 미리 구성된 모든 척도를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측정 불가능성이라는 이러한 사유가 정의 개념에 대한 절대적 부정을 내포하지는 않는지 물을 수도 있다.
- 그렇다면 제국의 존재론에서 갗치는 척도 바깥에 있다고 단언할 때 우리는 단순히 무의미한 허무주의적 주장을 펼치고 있는 걸까?
- 가치는 척도와 질서의 모습 속에서만 확인될 수 있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온 사람들과는 반대로 우리는 가치와 정의는 측정할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고 측정할 수 없는 세계에 의해 길러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455쪽)
- 신도 주인도, 인간도 어떠한 초월적 권력 또는 척도도 우리 세계의 가치를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가치는 인간의 고유한 지속적인 혁신과 창조에 의해서만 결정될 것이다.1
척도를 넘어서(가상적인 것)
- 비록 정치적인 것이 척도 바깥에 있는 영역이 되어왔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는 남아있다.
- 이러한 사실은 우선 착취의 지속에 의해 증명되고 다음으로 생산적인 혁신과 부의 창조가 쉴 새 없이 계속된다는 사실에 의해 증명된다.
- 제국에서 가치의 구축은 척도를 넘어서 발생한다.
- ‘척도를 넘어서’는 제국적 전지구화의 전체 생체 정치적 직조를 물들이는 가상성을 말한다. 가상적인 것을 우리는 대중 속에 있는 활동력이라고 이해한다.(456쪽)
- 우리는 어떻게 가상적인 것이 가능한 것의 경계선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지, 그래서 현실적인 것에 닿을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2
- 산노동은 가상적인 것에서 현실적인 것으로 나아가는 통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 생산 초과는 집합적인 해방의 힘의 결과이자 노동의 생산적이고 해방적인 능력들이 지닌 새로운 사회적 가상성의 실체이다.
- 탈근대로의 이행에서 일차적인 노동 조건 가운데 하나는 노동이 척도 바깥에서 기능한다는 것이다.3
- 오늘날 노동은 곧바로 지식, 정서, 과학 그리고 언어의 역능에 의해 활성화되는 사회적 힘이다.
- 공통적인 것(common thing, 아마 커먼스인 듯)이 형성될 때만이 생산이 일어날 수 있고 전반적인 생산성이 증가할 수 있다.
- 이러한 관계(공동체 건설과 동시 발생적)4는 상호적이어서 한편으로는 특이한 노동 역능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공통적 구축물(커먼스를) 창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통적인 것이 특이화된다.
- 그 과정은 물질적이며, 그리고 그 과정은 생체 정치적 지형 위에서 실현된다.
- 척도를 넘어선 이러한 존재론적 장치는 팽창력, 즉 자유의 힘, 존재론적 구축의 힘, 그리고 전면적인 확산의 힘이다.
- 강력하고 자기 가치 증식하고 구성적인 노동이 완전히 일구어서 관개(?)한 제국의 존재론적 지형에는 따라서 현실적인 것이 되고자 하는 가상성이 심어져있다. 가상성의 핵심은, 즉 가상적인 것을 현실로 변형시키는 존재 양태들의 핵심은 척도를 넘어선 이러한 영역에 있다.(459쪽)
기생충
- 대중의 가상성과 관련하여 제국적 통치는 빈 조개껍질이나 기생충으로 나타난다. / 모순적인가?
- 실제로 제국적 통치가 대중의 가상성에 부과하는 관계는 단순히 정태적인 억압 관계이다.
- 제국적 통치 행위는 가상성과 가능성을 함께 엮으려는 대중의 기획을 붕괴시키고 후퇴시키려고 개입한다. 이러한 점에서 제국은 역사 운동 과정에 접촉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긍정적인 능력으로 규정될 수는 없다.
- 제국의 행위가 효과적일 때, 이것은 제국 자신의 힘 때문이 아니라 제국적 권력에 대항하는 대중의 저항으로부터 생긴 반향에 의해 제국이 움직인다는 사실 때문이다.
- 제국적 통치는 대중의 해방 충동을 파괴하기 위해 그러한 충동을 선택하지만, 그 대신에 제국적 통치는 저항에 의해 추동된다.
- 제국 자체는 긍정적인 현실이 아니다. 제국이 솟아오르는 바로 그 순간에 제국은 몰락한다. 각각의 제국적 행위는 대중의 저항에 대한 반발이며, 이 반발은 대중에게 극복해야 할 새로운 장애물을 제시한다.(461쪽)
- 제국적 명령은 생기 있는 그 어떤 것도 생산하지 않으며, 존재론적인 그 어떤 것도 생산하지 않는다.5
- 제국적 권력은 자신의 생명령을 항상 새로운 에너지 및 가치의 원천을 창조하는 대중의 능력에서 끌어오는 기생충이다.(파스퀴넬리?)
- 제국적 권력의 기능은 불가피하게 자신의 쇠퇴와 관련되어 있다.
유목주의와 이종 혼합
생성과 부패
- 제국 구성 이론은 유럽의 제국 이론가들이 지난 몇 천 년 동안 인식해온 것처럼 제국 쇠퇴 이론이기도 하다
성장과 몰락(마키아벨리)
- 제국은 보편적인 공간과 시간에 대한 지배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역사의 시간이 지닌 자연적인 주기적 성격에서 벗어나려는 사회 세력들의 역능을 통해 공간들과 시간성들을 결집하는 움직임으로 이해된다.
- 사회 계급과 사회 계급의 정치적 표현이, 대항 권력의 개방적이고 지속적인 작용 속에서 제시될 때만, 자유와 팽창은 연결되고 그럼으로써 거기에서만 제국이 가능해진다. (474쪽)
- 결정적으로 팽창적인 자유 개념이 없이는 어떠한 제국 개념도 없다고 마키아벨리는 말한다.
- 마키아벨리는 로마제국의 몰락에 대해 토론할 때 우선 시민 종교의 위기에, 즉 사실상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적 사회세력들을 통합해왔던 그리고 그 세력들이 모두 대항 세력들의 개방적인 상호 작용에 참여하도록 허용해왔던 사회관계의 쇠퇴에 초점을 둔다.
- 따라서 좋은 정부 형태들의 필연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부패라는 고대적 관념은 철저하게 대체된다
- 만약 제국이 항상 절대적 긍정성, 대중 정부의 실현, 절대적으로 내재적인 장치라면 그때 제국은 자신에 대립하는 모든 다른 필연성이나 초월성에 대해서가 아니라 정확히 이러한 규정의 지형 위에서 위기에 노출된다.
유럽의 종말(비트겐슈타인)
- 제국적 정신이 위기 및 쇠퇴의 신호와 함께 공존한다는 것은 지난 2세기 동안 유럽의 담론에서 서로 많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종종 유럽 헤게모니 종언에 대한 성찰 또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대중 사회의 승리에 대한 성찰로 나타났다.
- (토크빌은) 유럽 문명과 그것의 제국적 실천이 위기에 처한 이유는, 유럽의 미덕이 대중 민주주의의 생생한 역능과 보조를 맞추어나갈 수 없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477쪽)
- 단지 현존함으로써 근대적 전통과 그것의 초월적 권력을 파괴할 수 있었던 미분화된 다수6가 지금은 강력한 생산력으로 가치 증식의 제한할 수 없는 근원으로 나타난다.
- 로마를 매장했던 미개 세력들처럼 새로운 활력은 유럽 신의 죽음이 우리에게 우리의 지평으로 남긴 내재성의 장을 다시 활성화시킨다.
- 그러나 비합리적 변증법은 현실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고 진정시킬 수조차 없다.
- 변증법이 아니라 거부, 저항, 폭력 그리고 존재에 대한 적극적인 긍정이 이제 실제적으로 위기의 위치와 적절한 대응 사이의 관계를 특징지었다.(480쪽)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언급이 시작)
- 그때(20세기 초) 비트겐슈타인은 어떠한 변증법으로부터도 벗어난 현대 역사와 그것의 드라마에서 어떠한 우연성도 제거했다. 역사와 경험은 위기 속에서 일관성을 발견하려는 필사적인 시도에서 주체를 유물론적이고 동어반복적으로 다시 근거 짓는 무대가 되었다.(482쪽)
- 비트겐슈타인은 세계를 동어반복적인 주체성의 한계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이제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없는 전쟁의 신과 사물의 사막을 비난한다.
- 그러한 저자들은 도래하는 제국이 지닌 완전한 탈영토화의 조건을 규정한 첫번째 사람들이었고, 대중이 오늘날 그러한 것처럼 도래하는 제국에 놓여있었다.(483쪽)
- 고대 세계에서 제국의 위기는 자연스런 순환적 역사의 산물로 이해된 반면, 근대 세계에서 위기는 일련의 시공간적인 난관들로 규정된 반면, 이제는 위기의 형상과 제국의 실행을 구별할 수 없게 됐다.
아메리카, 아메리카
- 위기에 처한 유럽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 즉 제퍼슨의 ‘자유의 제국’은 제국 이념의 부활이었다.(484쪽)
- 아메리카라는 장소는 자유의 구성이라는 이름으로 영토화되었고 동시에 개척지들의 개방과 탈출을 통해 계속해서 탈영토화되었다.
- 유럽인들이 유럽의 쇠퇴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의식은 종종 자신의 위기를 아메리카 유토피아에 투사하는 형태를 취했다. 헤겔식 역사주의가 아마도 가장 최고로 표현한 목적론적인 전망을 유지할 수 있는 자유의 장소를 재발견하기 위한 필요성과 긴급성이 지속된 만큼, 그러한 투사는 오랫동안 계속됐다.
위기
- 탈근대화와 제국으로의 이행은 토대와 상부 구조라고 지칭되곤 했던 영역들의 실질적인 수렴을 포함한다.
- 언어와 소통이 즉 사실상 비물질적 노동과 협동이 지배적인 생산력이 될 때, 제국은 모습을 드러낸다.
- 이러한 맥락에서 정치경제학의 중심 범주들을 규정하는 구별들은 흐려지는 경향이 있다.
제3장 제국에 대항하는 대중
- 정치를 구성하는 사회적 갈등들은 어떤 종류의 매개 없이도 직접적으로 서로 대결한다. 이것은 제국적 상황이 지닌 본질적인 새로움이다. (498쪽)
- 제국은 명령 기계와 더불어 우리에게 하나의 대안, 즉 모든 피착취자와 피지배자의 집합인, 자신들 사이에 어떠한 매개도 없이 제국에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대중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두 도시
- 우리는 어떻게 대중이 제국의 맥락에서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있는가를 명확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 새로운 탈근대적 제국에는 자신의 모든 신민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그럼으로써 대중을 하나의 정치적 주체로 만들어내는 황제 카라칼라는 없다
- 혁명 운동들이 확립해왔던 리듬은 새로운 시대의 비트(박자) 즉 시대의 새로운 성숙과 변형의 비트이다.
- 제국의 구성은 이 새로운 역능들의 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 대중 투쟁은 제국을 대중 자신의 이미지의 전도로서 생산해왔으며 대중은 이제 이 새로운 무대 위에서 모든 권리 형태 및 법 형태와 관련하여 억제할 수 없는 힘과 가치 초과를 나타낸다.
- 노동할 때 대중들은 자율적으로 생산하고 전체 생활 세계를 재생산한다. 자율적으로 생산하고 재생산한다는 것은 새로운 존재론적 현실을 구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대중은 노동함으로써 자신을 특이성으로 생산한다.
- 생체 정치적 생산 영역의 도처에서 협동과 소통은 새로운 생산적 특이성을 규정한다. 대중은 단순히 국민들과 인민들을 무관심하게 긁어모아 섞음으로써 형성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중은 새로운 도시의 특이한 힘이기 때문이다.(500쪽)
- 대중의 목적론은 기술과 생산을 대중 자신의 기쁨과 대중 자신의 권력 증대로 향하게 할 수 있는가에 있다.
끝없는 길(전 지구적 시민권)
- (자본주의는 노동력이라는 특수한 상품의 이동성을 근본 축적 조건으로 제시) 우리가 오늘날 발견하는 개인, 집단, 주민의 운동 종류는 자본주의 축적 법칙에 완전히 종속될 수 없다.
- 지구의 도시들은 협동하는 인류의 거대한 저장소이자 순환하는 기관차이며, 살아 있는 인류를 대량 배분하는 일시적 거주지들 및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 우리가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은 대중이 어떻게 긍정적이고 정치적인 권력으로 조직되고 재규정되는가 하는 것이다.
- 제국은 대중의 공간적 운동들이 정치적 정당성을 얻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그러한 운동들을 제한하고 고립시켜야만 한다. 제국이 민족주의와 근본주의의 다양한 세력들을 관리하고 조정하는데 자신의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극히 중요하다.(504쪽)
-
가상 공간에서는 척도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까. 비물질계에선 척도를 전제로 한 가치이론의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일까. 페이스북의 규모는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이해해도 되는 것일까. ↩
-
정치 영역에서의 O2O를 기획하자는 의미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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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상에서의 노동은 노동가치론처럼 측정이 어렵고, 비물질적 노동처럼 척도의 바깥에서, 혹은 측정이 어려운 공간에서 기능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
-
벤클러의 네트워크 기반 협력적 생산 시스템과 맞닿아 있는 듯 보인다. ↩
-
플랫폼에 빗대자면, 플랫폼은 존재론적 어떤 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빗대도 될까? 제국적 명령은 알고리즘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
-
일반 시민, 바로 you를 의미하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