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의 AI 측정툴 Readerscope와 디지털 광고 매출

언론사가 AI를 업무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사례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로봇 기자만을 상상하며 ‘기자 업무의 대체’를 염려하는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기자들의 반복적인 업무를 어떻게 효율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술은 다양한 영역에 도입이 되고 있습니다.

광고도 하나의 적용 대상입니다. 광고주들은 어느 때보다도 효율이 높은 집행 방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미 눈높이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프로그래머틱이라는 용어도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세세한 집행 내역까지 보고서를 받아보는데 익숙해진 광고주들은 효과 측정 지표를 깐깐하게 요구합니다. 타깃 고객들에게 그들의 캠페인이 정확하게 노출되고 있는지를 따져묻습니다. 이것이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한국이 예외라고들 합니다.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광고 캠페인만 예외일 뿐입니다. 사실 광고주들은 언론사에 광고를 집행하는 비중을 줄이고 있을 뿐더러, 효과를 염두에 둔 캠페인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국내 광고주들이 혹은 마케터들이 무지하다고 간주하면 오산입니다. 이들은 전세계를 무대로, 또 국내 다양한 광고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껏 높아진 눈높이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Readerscope는 까다로워지고 있는 광고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고안된 소프트웨어입니다. 기대하는 고객군들에게 캠페인이 정확하게 도달하고 있는지, 광고주와 원하는 새로운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는 어떤 토픽에 캠페인을 집행하면 되는지 방향을 알려주는 분석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이라는 토픽이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면, 뉴욕타임스 입장에선 자율주행 관련 기업들에게 광고 캠페인을 제안해볼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자율주행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자동차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여행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면, 여행 관련 상품 캠페인을 제안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Readerscope의 기능이 크게 2가지로 구성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Readerscope는 크게 토픽 분석과 오디언스 관계 분석 두 가지로 구성돼있다고 합니다. 토픽은 지난 4년 동안 누적된 수백개의 토픽으로 분할돼 분석이 된다고 합니다. 오디언스 관계 분석은 토픽과 오디언스의 관계, 오디언스와 지역의 관계, 오디언스와 기사와의 관계를 분석해 제시한다고 합니다.

무엇이 변했을까 : 뉴욕타임스 광고 영업 사원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광고주들과 이야기할 것들이 달라진 것죠. 언제쯤 어떤 광고주들을 찾아가면 될지, 그리고 그들과 타깃 그룹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등을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광고 영업이 훨씬 수월해진 거죠. 캠페인 집행 중엔 광고주들에게 타깃 집단의 또다른 특성을 알려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고객 집단의 몰랐던 특성을 광고주들이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다음 광고 집행에 참조할 수도 있게 된 거죠.

Kendell Timmers 광고 분석그룹 부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그 아이디어는, 패션에 정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우리 홈페이지로 온다면, 그들은 여전히 선거 보도 중 일부를 읽고 있거나 혹은 오피니언을 읽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토픽 리스트의 상위권에 올라 있는 몇몇 주제들은 아마도 패션 회사라면 원래 타깃으로 삼지 않았을 진지한 주제들일 겁니다“

이처럼, 패션에 관심 있는 고객들이 패션 기사만 볼 것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트리고 캠페인을 여러 토픽 및 기사 공간에 배치하는 걸 제안할 수 있을 겁니다. 혹은 패션 관심 독자들에 대해 알지 못했던 패턴들, 부가적인 선호들을 광고주들이 발견할 수도 있는 거죠. 플랫폼이 독과점하고 있는 광고 시장에서 언론사들이 살아남은 방식, 그것을 뉴욕타임스는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광고 담당자들이 주목할 흐름 : 얼마전 포털 제휴평가위원회는 ‘신유형 광고 TF’를 구성했다고 합니다. 사용자들의 경험을 방해하고 훼손하는 침투성 광고를 줄이기 위해 제재 방안을 마련한다고 했죠. 소위 ‘백버튼 광고’, ‘팝언더’ 광고 등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단기 수익은 채워주지면 중장기적 광고 상품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광고 상품이 곧 퇴출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7월9일에는 구글 크롬이 내장된 애드블록 소프트웨어를 글로벌로 적용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매출 수준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광고 상품을 개발해 제시하거나 구독, 후원, 멤버십과 같은 수용자 기반 매출 모델을 보강하거나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둘 다 아니라면 결국 비용 감축 모델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readerscope는 이런 상황이 올 것을 내다보고 한발짝 앞서 움직여 만들어낸 성과일 겁니다. 데이터 관리 기술과 결합된 효율적 광고 상품의 보편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뉴욕타임스의 솔루션인 셈입니다.

참고 도서 : 사라진 독자를 찾아서 – 대중 소멸의 시대, 저널리즘 비즈니스

국내 뉴스 조직에 던지는 메시지 : 뉴스 스타트업이든 대형 언론 조직이든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광고 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줄로 압니다. 문제는 과거의 경험과 관행만으로는 새로운 상품을 제안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뉴스룸만큼이나 광고부서가 더 정밀한 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광고주들은 ROAS(광고 비용 회수율)을 중요한 지표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유독 국내 언론사에만 이 측정치를 요구하지 않을 뿐입니다. 물론 광고 담당자들은 압박을 받고 있을 겁니다. ROAS를 높여 효율적인 상품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선 다시 데이터와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잠재 타깃 고객의 ‘정적 특성’(Static Identity)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동적 특성‘(연령/성별 수준을 넘은 행위 특성)까지 데이터로 잡아낼 수 있어야 하죠.

적어도 여전히 광고를 수익의 중심축에 잡아두려는 의지가 있다면,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을 개발하는데, 나아가 이를 측정하는데 투자를 해야 할 겁니다. ROAS도 높지 않을뿐더러 해당 광고 캠페인이 어뷰징 기사에 물려서 노출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반복된다면, 그 광고 상품을 지속시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국내 언론사 광고 부서의 리더들이라면 이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말그대로 최소한의 투자입니다)를 결단하는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애드테크가 언론사 광고 수익 증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수없이 검토했을 것으로 보이고요. 그것의 효과도 눈으로 확인하셨을 겁니다. 어차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은 제한적일 겁니다. ‘어차피 광고주는 우리에게 그런 거 기대 안해, 하던 대로 해’라는 관성에서 이젠 벗어날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국내 언론사들도 얼마든 매력적인 광고 상품을 개발해 제시할 수 있다는 역량을 증명해보이는 것, 그것을 위해 애써보는 것, 모두의 생존을 위한 의사결정자의 태도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