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선 언론사 간 협업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아래는 2020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저널리즘주간 '협업 저널리즘'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코멘트 했던 내용입니다. 물론 이 문서 그대로 읽지는 않았고, 요지만 축약해서 질문으로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 세션을 신문과방송이 11월호에 정리해서 게재를 했네요.

협업의 단위에 대한 정의

협업을 논의하기에 앞서 협업 구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협업의 대상은 조직 내부부터 조직 외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진행될 수가 있습니다. 팀 간 - 국 간 - 언론사 간 - 언론/플랫폼 간 - 언론/외부 조직 간 여러 협업의 대상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협업 대상의 단위 조직이 달라지면 기대하는 효과에 대한 결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컨버세이션을 제외하면 오늘 논의된 다수는 언론사 간의 협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협업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상징하는 무척 의미있는 시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러한 사례들이 쉽게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왜 한국에선 언론사 간 협업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언론사 간의 협업은, 협업 당사자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또한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익이 전제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저널리즘이라는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며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한국에서 저널리즘에 대한 공통된 정의와 교집합이 언론사들 간에 존재하는가입니다. 정파의 이익을 통해 타정파의 권력을 비판하는 행위를 워치독 저널리즘이라고 인식한다면 언론사 간의 협업은 성사되기 어려워집니다. 지지하는 정파가 다르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언론사들 간에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달라야 합니다. 유사한 도달 범위와 유사한 특기, 유사한 독자군을 보유하고 있는 언론사 간에 협업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파나마 프로젝트가 협업이 가능했던 것은 문서가 함축하고 있는 맥락의 이해 정도가 지역마다 달랐고 결과에 대한 도달 범위도 저마다 다르기에 서로 보충할 요소가 분명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내로 한정해볼까요? 메이저 신문사만을 예로 든다면 그들끼리 서로 다른 자원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기에 협업의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정파성의 간섭효과가 이러한 시도를 방해합니다.

방송과 신문의 협업은 또 어떨까요?

결과적으로 언론사 간 협업 사례가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서로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크게 다르지 않고, 그 자원의 간극도 크지 않아 내부의 역량만으로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심지어 도달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플랫폼과의 협업이 더 긴요하게 간주되고 있는 것이 한국이 실정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강점의 다양성, 분야의 다양성 혹은 재능의 비대칭성이 존재해야 협업이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한국의 뉴스 산업 상황을 고려할 때 어떤 협업의 모델이 조금더 이상적일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질문들

정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한국의 언론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과연 어떤 수준의 협업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예를 들어 더 컨버세이션의 경우 “전문적인 기자가 적고 품질은 떨어지고 서비스는 얕아진다”는 앤드류 재스핀의 문제 진단으로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그의 해답은 연구자들을 생산 주체로 데려와서 그 공백을 메운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검증 가능하고 신뢰할 수있는 품질의 제품을 어디에서 찾으십니까?" 현재 한국도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수준의 협업이 우선시 되는 것이 좋을까요? 정보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외부 연구자들과의 협업, 아니면 언론사 간의 협업? 아니면 조직 내 이질 집단 간의 협업?

뉴스에 대한 낮은 신뢰, 낮은 기사의 품질 등을 개선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층위나 유형의 협업이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경험을 통해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쩌면 더 컨버세이션처럼 전혀 다른 저널리즘 주체와의 협업이 신뢰도와 품질을 높이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데이터 기반의 탐사 저널리즘처럼 조직 내 협업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오히려 더 효율적이고 민첩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동아일보의 히어로 콘텐츠나 데이터 저널리즘 어워드를 받은 국내 사례들을 보면, 오히려 조직 내 팀 간의 협업이 이러한 신뢰와 품질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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