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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엄은 왜 서브스택에 밀리고 있을까

미디엄은 왜 서브스택에 밀리고 있을까

우리는 늘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미디엄과 서브스택, 개별 작가/기자들이 그들만의 콘텐츠로 지속가능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두 서비스는 제공해주고 있죠.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춘 작가들이 언론사나 직장을 뛰쳐나와 당장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도구가 없는 국내와 비교하면 분명 부러운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부침은 있게 마련이죠. 요즘 미디엄이 처한 상황이 그렇게 보이긴 합니다.

미디엄의 수익배분 방정식부터

최근 미디엄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가 최근 발표한 정책 변경글이 기폭제가 되긴 했습니다. 언뜻 보면 미디엄의 미래를 제안하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음에도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간 누적된 내부외의 불만 등이 이 글을 기점으로 터져나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을 수익배분의 관점에서 저는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미디엄의 수익배분 방식은 유료 회원의 '읽은 시간'에 기반해서 산정이됩니다. 그러다 최근 1~2년 전부터는 유료 회원의 '박수'(clap)의 수가 추가가 됐죠. 조금더 자세히 들여다 볼까요?

일단 각 스토리 당 유료 회원의 '읽은 시간'이 수익으로 환산이 됩니다. 정확히 어떤 비율에 따라 배분되는지은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추정키로는 일간 단위로 유료 회원의 총 '읽은 시간'을 일 수익대비로 나누어 분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디엄이 유료회원으로부터 발생시킨 일 매출의 일부분을 초 혹은 분 단위로 나누어 초당 혹은 분당 가격을 산출하는 그런 방식 말이죠.

여기에 박수의 수를 다시 수익에 반영합니다. 박수를 너무 많이 누른 유료 회원은 당연히 박수당 가치가 낮아질 것이고요, 그 반대는 높아질 것입니다. 유료 회원으로부터 그만큼 박수를 많이 받으면 배분 받는 수익을 올라가게 됩니다. 비유료 회원의 박수는 별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죠. 아래 표를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위 시그널에서 유추하실 수 있다시피 미디엄은 콘텐츠당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유료 회원들의 시간을 많이 가져오고 박수도 많이 받은 글이 더 많은 수익을 내게 됩니다. 작가 입장에선 개별 콘텐츠 하나하나에 상당히 공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월 구독 방식과 비슷하면서도 또 비슷하지 않습니다.

개별 브랜드들 파워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한계들

일단 미디엄은 그들 플랫폼 내 모든 콘텐츠를 metered paywall 방식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어느 글을 읽든 3건 이상의 기사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미디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Paywall 미디어인 셈이죠. 여기서 확보한 수익을, 개별 스토리 단위로 평가해서 지급하게 됩니다.

스토리별로 단가가 매겨지다 보니 개별 글에 대한 작가들의 집중력은 높아지게 됩니다. 반면, 부담스러워지죠. 작가 입장에선 텐션이 상당이 높은 편일 수 있습니다. 개별 매체 단위 월/연 구독은 가끔 쉬어가는 맛도 있고, 품질의 들락날락이 일정 수준 허용될 수 있지만 미디엄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개별 매체 단위 월/연 구독 방식은 각 작가들이 자신을 보고 유료 지불을 했기에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메일을 받아서 커뮤니티로 유도하기도 하고 관계 관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죠. 독자 관리가 훨씬 수월합니다. 여태까지 미디엄에서 이러한 부분들이 시도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가'라는 작가를 보고 처음 5$를 지불하고 유료 가입하게 된 A라는 독자의 구독료는 그가 읽은 시간과 클릭한 박수의 수에 따라 '가'라는 작가에만 온전히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작가들에게 쪼개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유료 구독을 유인한 작가 입장에선 약간 서운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죠. 하지만 독자 입장에선 높지 않은 구독료로 여러 작가들의 콘텐츠를 두루두루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 집중형 서브스택의 수익배분

서브스택의 수익 배분은 단순합니다. 작가가 90%를 가져가고 서브스택이 10%를 배분받는 구조입니다. 작가의 수익 규모와 서브스택의 수익 규모가 연동되는 형태죠. 서브스택이 작가들의 성장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독자의 구독료는 오로지 해당 작가에게만 들어가게 됩니다. 또다른 작가의 글을 구독하려면 또다른 지출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독자 입장에선 지출 비용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들은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해당 독자의 피드백을 온전하게 반영할 수도 있게 됩니다. 구독료를 지불하는 독자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해야 하고, 그들이 니즈를 반영하는데 더 민감해질 수도 있는 것이죠.

작가 수익 측면에서 본 명확한 차이

사실은 어느 쪽 수익 배분 시스템이 우월하다고 평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미디엄은 여전히 그들의 방식이 훨씬 우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단적으로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디엄은 코드명 Hopscotch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죠. 이 프로그램은 쉽게 설명하면 '특별 지불 프로그램'입니다. 명망 있는 작가를 영입하기 위해 그에게 선불금을 줍니다. 뉴요커의 수잔 올리언과 팀 우가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입은 사례입니다. 더버지의 보도를 보면 수잔 올리언이 선급금으로 받은 금액은 2만5000달러입니다. 3000만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죠. 반면, 이와 유사한 형태로 서브스택이 영입한 맷 이글레시아스는 서브스택으로부터 선급금 형태로 25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무려 10배나 차이가 납니다. 작가 입장에선 서브스택의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서브스택이 이 정도의 선급금을 지불하는 이들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최근 개시한 서브스택 프로 프로그램은 2만~3만 달러를 선지급하는 방식을 택했죠. 미디엄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또다른 통계를 보죠. 2020년 기준으로 미디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작가의 연 수익은 4만9000달러입니다. 하지만 서브스택 톱 12 작가들의 평균 수익은 16만 달러에 이릅니다.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죠. 서브스택에 유혹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개별 작가의 독립성과 자유도에 기인한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가격 및 페이월 정책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미디엄과 가격 정책을 개별 작가에게 맡기는 서브스택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들과의 관계 관리도 서브스택에 더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미디엄은 개별 스토리의 수익을 좌우하게 되는 프로모션 / 노출 방식을 알고리즘으로 통제합니다. 미디엄의 작가들은 미디엄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OneZero와 같은 매체의 스토리를 과도하게 밀어주고 있다고 비판해왔습니다. 팔이 너무 안으로 굽었다는 지적이었죠.

미디엄의 정책 변경이 주는 메시지

말 그대로 논란을 불러온 에반 윌리엄스의 최근 정책 전환 포스트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아래는 윌리엄스 글의 일부인데요. 한번 보시죠.

"But today, credibility and affinity are primarily built by people — individual voices — rather than brands. n fact, that describes the vast majority of what people read on Medium and is in line with our Relational strategy."

그리고

"For the foreseeable future, we will focus that talent on supporting independent voices on our platform. This means identifying writers — both already on Medium and not — and offering them deals, support, editing, and feedback to help them tell great stories and find their audience."

윌리엄스의 이 말은 작가에 더 집중하겠다는 맥락에서 사용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작가들이 더 성장하는데 자원을 보탤 것이라고 했죠. 미디엄이 자체 운영하는 미디어 브랜드는 이제 낡은 개념일 수도 있다고 선언하면서, 개별 작가들에게 더 초점을 맞추겠다는 선언이었죠. 따져보면 자신의 과거 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정일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서브스택과의 작가 영입 경쟁을 더 치열하게 전개하겠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미디엄과 서브스택은 더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 트위터, 페이스북까지 가세하면서 능력 있는 작가들의 몸값은 크게 높아지게 되겠죠. '증강된 개인들의 시대'가 미국에선 더욱 빨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더군요.

국내에서도 개인 작가들의 시대는 올까

유료 구독을 둘러싼 경쟁은 국내에서도 이미 시작이 됐습니다. 윌리엄스의 표현대로라면 브랜드 중심의 영입 경쟁이 조금씩 전개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시장이 미국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증강된 개인'으로서 독립적인 개별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먼나라 얘기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을 밖으로 당기는 힘이 강해지고 있고 투잡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흐름은 아니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개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현하지 못하는 조직 분위기, 조직 내 세대간 갈등 등은 '개인의 시대'가 파고들 수 있는 취약한 틈새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엄과 서브스택의 경쟁구도가 국내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러한 구도가 형성된다면 조직에서 이탈하려는 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겠죠. 한두 건의 성공사례가 소개된다면 또다른 국면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미디엄과 서브스택, 그들이 미디어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지 늘 가까이서 관찰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