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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스와 뉴욕매거진 합병이 주는 의미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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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스와 뉴욕매거진이 만났습니다. 시장 용어로 풀어쓰면 복스가 뉴욕매거진을 인수합병했습니다. 가장 진부한 비유를 들자면, 14년 전통의 디지털 네이티브 미디어가 51년 된 전통 잡지 메이커를 움켜쥔 사건입니다. 제프 베조스라는 디지털 부호가 워싱턴포스트를 손에 쥔 사건에 비견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상징적 가치는 충분히 있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복스의 뉴욕매거진 인수 의미 : 아직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합병 당사자들도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미래 열망을 위해서” 합병을 했다고 말합니다. 통상 시너지를 통한 비용 절감이 목적인 다른 사례들과 달리 양사 중복 기능의 구조조정 얘기는 거의 없습니다. 복스의 뱅크오프가 고용보장과 편집국 현행 유지 등을 ‘약속’(pledge)까지 합니다.

인수 전 맥락을 조금더 들여다보겠습니다. 복스는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를 위해 여러 가능성들을 탐색하는 중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광고 의존성을 낮추면서, 팟캐스트, 비디오 라이선스, 코러스(소프트웨어) 판매 등을 확장해가는 중이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복스 팟캐스트 네트워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기도 했습니다.

서비스 저널리즘 바탕으로 한 커머스 사업 확장 : 저는 뉴욕매거진 자체보다는 뉴욕매거진의 The Strategist를 자주 눈여겨봤습니다. 유행처럼 번졌던 서비스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기억하시나요? 독자를 고객이라는 주체로 상정하고 선택의 복잡성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형을 의미합니다. 넓게는 뉴욕타임스의 와이어커터, 스마터리빙, 버즈피드 리뷰 등이 이 사례에 해당합니다.

서비스 저널리즘은 커머스라는 수익모델을 겨냥합니다. 간접 판매와 직접 판매 두 가지 유형의 모델이 존재하죠. 간접 판매 모델에는 Affiliate Marketing이 있습니다. 링크를 걸어주고 수수료 수익을 취하는 방식입니다. 뉴욕매거진의 The Strategist는 이 수익모델을 중심으로 2016년 시작됐습니다. 현재는 영국에 진출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복스 미디어는 커머스라는 수익 스트림의 매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미디어입니다. 더버지의 리뷰도 이를 겨냥했었고요. 그런 점에서 이번 인수합병은 복스 미디어엔 커머스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노하우를 교류하면서 확장을 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팟캐스트 네크워크의 확장 : 두 미디어의 결합은 무엇보다 중첩되는 영역이 적다는 데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Eater와 Grub Street, Vox와 Intelligencer가 같은 영역을 다루고는 있지만 동일 페르소나를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심각할 정도로 겹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혹여 겹친다 하더라도 그 중첩의 범위가 크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요.

아시다시피 복스는 팟캐스트 네트워크 확장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그들은 갖고 있는 듯합니다. 파노플리 미디어, 스티처와 수백만 달러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것도 모두 이런 확신에서 비롯된 행보가 아닐까 합니다.

뉴욕매거진의 인수는 복스 미디어 입장에선 비어 있었던, 라이프스타일 영역의 팟캐스트 채널을 새롭게 두드려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 영역이 지니는 수용자 동원력은 충분히 매력적이죠. 그리고 뉴욕매거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시너지를 복스 미디어의 뱅크오프가 고려하지 않았을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추가 : 2019.10.2] Will a merged Vox Media/New York become a bigger player in podcasts?

광고 네트워크의 확장 : 복스가 Concert라는 광고 네트워크 상품을 운영하는 거 아시나요? 디지털 광고 의존도를 낮추겠다고는 하지만 없애겠다고는 하면 안되죠. 당연히 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파트너십은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탐색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욕매거진 인수로 콘서트의 광고 네트워크는 확장이 될 겁니다. 일종의 부가 수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복스 미디어와 뉴욕매거진은 이제 다른 차원의 미디어를 건설하려는 꿈을 꾸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이 어떤 것일지는 상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디지털 네이티브가 디지털 전환을 꾀해온 오프라인 전통 잡지 미디어를 집어삼켰다는 사실이고요. 이것이 지니는 상징성은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나갈 새로운 미디어의 꼴은 디지털 네이티브 미디어들이 참고하게 될 선례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종이 잡지를 어떻게 운영하게 될지는 그림이 뚜렷하게 제시되지는 않은 듯합니다. 이 이슈를 관찰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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