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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톱 건설 브랜드’ 욕망과 전자신문의 '이해일치'

호반건설 ‘톱 건설 브랜드’ 욕망과 전자신문의 '이해일치'

지난해 4월23일. 호반건설은 또 한번의 실패를 맛봐야 했습니다. 1군 건설사를 상징하는 ‘강남 재건축’ 입성에 또다시 고배를 마셔야만 했던 겁니다. 광주와 호남을 기반으로 사세를 빠르게 키워온 호반건설이 명실상부 ‘1군 건설사’로 세간의 평가를 위해서는 그들의 마지막 단추 ‘강남 재건축’을 꿰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벌써 몇 차례 번번이 미끄러졌습니다.

호반건설, 신반포15차 수주전 고배…또 좌절된 강남 입성 ‘꿈’
호반건설(대표 최승남) 김상열 회장의 ‘강남 입성’ 꿈이 또 좌절됐다. 신반포15차 수주전에 나선 호반건설은 역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주에 성공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으나 결국 시공권은 삼성물산에 돌아갔다. ..

강남 재건축이라는 피라미드의 꼭지점에 끝내 오르는 것, 창업가 김상열 회장 자신이 손수일군 호반이라는 건설 브랜드를 자식들에게 번듯하게 물려주는 가장 아름다운 공식의 마지막 귀착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이러한 욕망을 읽어내지 않고서는 호반건설이 연달아 수도권 언론사를 탐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전자신문, 호반에 팔린다... 구원모 대표 ”지분 34% 매각 추진” - 한국기자협회
전자신문은 7일 호반그룹에 전자신문 지분 34%를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원모 전자신문사 대표이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호반그룹을 새로운 대주주로 맞이하여, 언론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원칙 아래, 현..

전자신문 소유의 변천과 구원모 회장의 등장

호반건설을 행보를 언론사의 입장에서 해석하면, 건설사가 언론사를 집어삼킨 사례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대주주의 지분변동 등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주주총회의 동의없이는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즉 언론사 내부에 이를 용인하고 동조하지 않는 이상 언론사라는 비상장 회사의 지분을 마음껏 인수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결국 내부 경영진의 동의없이(이해관계의 일치) 호반건설이 전자신문을 인수하긴 어려웠다는 의미입니다.

공개돼 있다시피 전자신문의 최대주주는 이티네트웍스 유한회사(26.18%)입니다. 구원모 전자신문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회사죠. 구원모 회장의 개인 지분은 1.8%에 불과합니다. 두 지분을 합쳐야 28%로 특별결의 저지선 33.3%를 넘지 못합니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의사결정을 대신하게 되는 자기주식 22%와 전자신문인터넷의 지분을 더하게 되면 웬만한 의사결정은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이티네트웍스는 2013년 주주명부에 처음 등장하게 됩니다.  최영상 전 대표와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메타넷에스엔씨, 빌포스트의 지분이 2013년 이티네트웍스, 미래나노텍, 디스플레이테크로 넘어가면서 전자신문 소유구조의 변동이 크게 일어납니다. 구원모 회장이 전자신문의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것도 대략 이 시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최영상 전 대표의 등장 전까지만 해도 고려산업개발 등 일부 건설회사들과 삼보컴퓨터 같은 IT 기업들, 그리고 기타 소수 주주들로 구성돼 있던 전자신문은 2011년부터 기타 주주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굴직한 이름들이 주주로 등장하는 흐름으로 나타나게 됐습니다.

굳이 길게 주주 변동의 흐름을 살펴보게 된 것은 현 구원모 회장과 전자신문 주주를 구성하고 있는 이해집단들이 어떤 이해를 바탕으로 호반건설과 딜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한 차원이었습니다.

‘부당해고’ 논란으로 전자신문에서 퇴사한 이은용 전 기자(현 뉴스타파 기자)의 블로그를 보면, 지분 변동과 이티네트웍스의 탄생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제가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여기서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으려고 합니다.

구원모 회장과 호반건설의 이해 일치 지점은?

호반건설은 지역건설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국내 톱 건설 브랜드로 호반을 키워고자 했습니다. 강남 입성은 그래서 중요했습니다. 광주방송을 통해 지역 내 브랜드 제고 및 정치적 영향력 효과를 경험했던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의 지분 인수를 통해 전국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던 듯합니다. 하지만 서울신문 내부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고 대안을 찾던 중 전자신문을 검토하게 된 듯합니다.

제가 보기에 전자신문의 중요한 자산 중 하나는 월드IT쇼가 아닐까 합니다. 전자신문이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는 월드IT쇼는 과기부 장관과 삼성, SK 같은 국내 굴지의 IT기업 수장들을 함께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유망한 행사 중 하나입니다. 올해 4월 열린 월드IT쇼에도 구원모 회장은 최기영 과기부 장관, 삼성전자 대표 등과 나란히 서기도 했었죠.

또 한 가지는 호반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건설 전략입니다. 호반건설은 올해 들어 스마트건설과 스마트씨티 분야 기술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신성장 동력을 삼고 있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설립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테크놀로지가 건설 부분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호반건설의 이미지를 기술 중심의 세련된 브랜드로 전환하는데 적잖은 기여를 할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전자신문의 인수는 그들을 맞춰가고자 하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퍼즐에 나름의 가치를 지닐 수가 있게 되는 것이죠. AI 기반 건설/시공 기술과 스마트씨티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톱 건설 브랜드로 도약하는데 전자신문은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전자신문은 최근 10년 동안 매출액 변동의 거의 없을 정도로 성장이 멈춘 상태인지라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이 필요했을 겁니다. 특히 구원모 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2013년 이후 전자신문의 매출액은 1억원 느는데 그쳤습니다. 나름의 야망과 복잡한 관계를 바탕으로 기자 출신이 전자신문의 실질적 지배주주로 올라섰지만 전자신문의 사정은 7~8년째 나아진 것이 거의 없었던 거죠. 물론 살림이 쪼그라들지 않은 것만으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여러 호재와 내부의 반발 등을 무릅쓰고 감행했던 사업적 조치들을 고려할 때 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문제는 다음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가기 위한 경영적 조치일 텐데요.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기엔 내부 여력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2020년 기준으로 전자신문의 현금성 자산이 26억원 정도가 되긴 했지만,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고 느꼈을 겁니다. 그나마 26억원도 최근 들어 사정이 나아진 덕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주요 주주로서 자신의 위상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외부 투자금을 회사의 잉여자금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찾아왔으리라 생각됩니다. 유상증자는 회사를 성장시킬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아름다운 방안이지만 자신의 지분이 희석된다는 측면에서 다소 망설여졌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직 호반건설에 지분을 매도하는 방식이 어떤 형태인지는 모르지만 차근차근 쌓아왔던 전자신문의 ‘자기주식’을 전부 호반건설에 매도함으로써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게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전자신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호반건설은 그들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전자신문의 미디어산업 내 위상을 키우는데 투자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현재 전자신문의 위상은 호반건설의 도약에 강력한 도움이 되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여전히 중소규모 언론사인데다, IT 전문 언론으로서의 높은 신뢰를 갖추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물론 이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원모 회장이 호반건설 지분 매도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전자신문 TV를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TV 부문 투자를 통해 몸집과 위상을 키우고, 기타 인수합병 전략을 통한 테크 영역을 상징하는 미디어로 성장하게 된다면, 호반건설의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호반건설 입장에선 당연히 현재 수준의 전자신문에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구원모 회장이 호반건설 김삼열 회장과 그의 아들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전자신문을 키울 수 있는가는 또다른 문제죠. ‘사업가’로서 구원모 회장이 증명해 낸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잘 알고 있을 구원모 회장이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지분을 이번 거래에서 내놓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자신문 ‘자기주식’ 매도 방안을 언급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호반건설 입장에선 그들의 기대대로 전자신문이 성장하지 못할 경우 대표이사 교체를 시도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호반건설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어야 하죠. 일단 구원모 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외치면 이를 거래의 조건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구원모 회장은 전자신문TV의 성공을 사활을 걸고 이뤄내야 할 겁니다. 심지어 그것의 성공이 호반건설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할 겁니다. 그것도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지분 희석이 이뤄지기 전에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상 증자에 대한 호반건설 자본의 의존이 높을수록 자신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테니깐요.

어찌됐든 호반건설을 위해서라도 구원모 회장 본인을 위해서라도 전자신문TV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은 꼭 성공해야만 하는 과업이 될 것입니다.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노력도 이어질 것 같고요. 구원모 회장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만간 투자를 위한 여러 행보들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기업’ 서울신문의 미뤄진 민영화와 호반건설 지분 인수
서울신문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호남 기반의 건설기업인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의 지분 19.4%를 인수[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6355]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6월25일 언론을 통해공개돼서입니다. 아직 공시는 되지 않았습니다. 19.4%는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1,614,000주입니다. 호반건설은 이 지분을 전량 인수함으로써 서울신문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드러낸 겁니다. 사실 의결권 지분으로만 따지면 21.55%를 호반건설이 쥐게 됩니다. 결코 적지 않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