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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는 국내 언론사의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팟캐스트는 국내 언론사의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제목이 너무 자극적인가요? 그래도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팟캐스트가 언론사들에게 어떤 수준의 희망으로 인식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기 위해 약간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아봤습니다.

팟캐스트 시장의 성장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물론 한국이 아닌 경우가 더 많죠. 특히 미국 시장에서 팟캐스트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옵니다. IAB아 PwC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미국 내 팟캐스트 광고 시장이 올해 10억 달러에 근접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1조2000억원 규모입니다.

물론 다른 광고 시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입니다. 그래도 주목해야 할 지점은 광고 시장의 성장률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9년에는 약 48%가 성장했고 2020년에는 14.7%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29.6%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웬만한 광고 시장에서 이렇게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영역은 흔하지 않습니다. 성장세가 이어질 때 올라타는 선택은 충분히 합리적이죠.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은 그래서 자연스럽습니다.

미국 시장 팟캐스트 광고 상품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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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스 미디어(Vox Media)의 팟캐스트 네트워크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현재 200개의 쇼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창출되는 연 매출액이 1000만 달러, 우리돈 120억원 정도입니다. 올해는 최소 2000만 달러를 넘기는 걸 목표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개별 쇼 프로그램 당 1.2억원 정도로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1.2억원/쇼 프로그램 당 -> 2.4억원 / 쇼 프로그램 당

이렇게 환산해 보는 건 어떨까요? 현재 복스 미디어는 더버지나 복스부터 벌추어(Vulture)에 이르기까지 13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 소속된 기자들이 주축이 돼 200개의 쇼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네트워크로 묶어서 광고 상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2000만 달러를 13개의 브랜드로 나누게 되면, 브랜드당 18억원 정도의 추가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모든 수익이 팟캐스트 광고로부터 나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9억원/브랜드 당 -> 18억원 / 브랜드 당

2019년에는 브랜드 당 월 7500억원 정도 벌어들이는 수준이었다면 2020년에는 월 1.5억원을 만들어내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나름 성장하는 시장에서 창출할 수 있는 규모가 복스 미디어 같은 경우에도 아직은 크지 않다고 이해하셔도 될 듯합니다.

알려졌다시피 복스 미디어 팟캐스트 네트워크는 스티처와 포괄적 계약을 맺은 적이 있습니다. 이 플랫폼에 우선 공급하되 광고 영업 등은 스티처가 맡는 관계였습니다. 이 포괄적 협업 속에서 빠르게 광고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는 전략을 복스 미디어는 적용해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복스 미디어 팟캐스트 네트워크를 포함해 현재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팟캐스트 광고 상품은 미드롤의 구조에 진행자가 직접 읽어주는 31~60초 분량의 광고라고 합니다. IAB 자료에서 가장 주류인 광고 상품의 유형입니다. 연간 계약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복스 미디어는 여기에 내러티브 차별화 방식으로 세그먼트별 타깃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광고주 등에 의해 기 제작된 음성 광고가 삽입되는 방식보다 신뢰감을 형성한 진행자가 직접 읽어주는 방식이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는 거죠. 이는 다시 말해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언론사의 입김과 영향력이 아직은 더 크게 작용하는 광고 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플랫폼이 광고의 위치와 타깃팅을 제어하는 방식이 아직은 덜 개입되고 있는 영역인 셈입니다. 언론사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광고 상품 형태죠.

이 같은 광고 상품을 바탕으로 미국의 팟캐스트 광고 시장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시장의 몸집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자주 관찰하셨겠지만 시장 형성기엔 ‘모험 수용자’가 대부분의 시장을 우선적으로 먹어가는 형태를 띠곤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지위는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도 크게 바뀌지는 않더군요. 디지털 구독 시장 등을 지켜봐온 저의 경험칙이기도 합니다.

국내 팟캐스트 광고 시장의 규모와 라디오 광고 시장

2020년국내팟캐스트시장분석_요약본

국내 언론사들에게 이러한 흐름이 어떤 실질적 유익으로 돌아올지를 이제 국내 시장으로 들어와 봅시다. 현재 국내 팟캐스트 광고 시장을 조사한 결과는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찾아보기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광고 상품이 없지도 않습니다. 팟빵 등의 웹사이트를 보면 디스플레이 광고를 포함한 광고 상품을 제안하고는 있습니다.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팟캐스트 광고 시장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유일한 데이터는 스타티스타가 내놓은 자료뿐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 약 2100만 달러(우리돈 250억원) 정도 규모이고, 2024년까지 9160만 달러(11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거칠게 계산하면 미국 팟캐스트 광고 시장의 1/10 규모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라디오 광고 시장과 비교해 볼까요? 제일기획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국내 라디오 광고 시장의 규모는 2319억 원. 전년 대비 0.9%가 줄어든 수준입니다. 하지만 팟캐스트 광고 시장과 비교하면 10배 큰 규모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라디오 광고 시장은 줄어들며 위축되는 흐름이고, 팟캐스트 광고 시장은 성장하며 보폭을 넓혀가는 경향이라는 사실일 겁니다.

현재 라디오 광고 시장의 1/10 정도 되는 광고 시장을 두고 수많은 팟캐스트 채널들이 서로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아마 누가봐도 이런 시장에 일정 수준의 자원을 쏟아붓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겁니다. 거대한 팟캐스트 네트워크를 구축한 복스 미디어마저도 브랜드 당 겨우 연 20억원 정도 벌어들이는 시장이기에 관심을 덜 기울이는 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자체의 수익 모델

만약 팟캐스트를 광고 채널로만 바라보면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될 겁니다. 하지만 팟캐스트의 다른 역할 모델을 상정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 팟캐스트는 개별 뉴스 채널과 거의 동일하게 여러 수익 기여 모델을 구성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 시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즉, 언론사의 핵심 수익모델로 구독에 주력하고 있다면, 꽤나 괜찮은 마케팅 채널로서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고, 주력 수익모델이 구독이 아니라면 그 자체로 저비용의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가동해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완전히 배제하기엔 아쉬운, 그렇다고 배부르지 않은 모호한 상태에 위치해 있다고 판단해도 되긴 합니다.

국내 언론사 주는 함의

성장하는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용자수뿐 아니라 광고 시장도 커지고 있다면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페이스북이 그랬고, 유튜브가 그랬으며 인스타그램이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성장하는 시장에 올라타려면 여유 자원이 필요하죠. 적어도 시장이 무르익기 전까지는 버는 것 없이 돈만 쓰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사례에서도 확인하셨겠지만, 성장할 시점엔 지켜보다가 뒤늦게 뛰어들 경우 선행 사업자가 초기 이득을 많이 가져가게 됩니다. 인지도의 우월성, 플랫폼의 우선 지원 등으로 득 보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대신 후발 사업자는 선행 플레이어들의 시행착오 비용을 줄일 수가 있죠. 그래서 어느 쪽이 유리하고 유익이 크다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플랫폼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느냐도 중요합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2019년 복스미디어 팟캐스트 네트워크가 스티처와 포괄적 광고 파트너십을 맺게 된 건 스티처의 광고 세일즈 능력과 상품 개발력을 높게 봤기 때문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더 많이 필요로 했던 스티처는 대규모의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복스 미디어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처럼 서로의 약점들과 시너지가 분명한 사업자들끼리 파트너십을 맺을 때 동등한 입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가 있게 되는 거죠. 서로의 비용을 어느 정도 절감하면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팟캐스트 플랫폼 사업자 중에 뉴스, 시사 쪽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팟빵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교양/교육과 오디오북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죠. 라이브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스푼라디오, 팟티 그리고 네이버 나우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요. 이 중 네이버 나우는 엔터테민먼트에 특화돼 있습니다. 팟티는 아프리카TV의 라이브 오디오 버전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방송사들이 주축이 된 티팟은 현 라디오 프로그램의 팟캐스트 변형품이죠.

시장이 무르익기까지는 제작/유통 비용의 보조, 광고 등 매출 증대를 위한 지원, 기술적 도움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본지의 유료 구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면 특정 분야 사용자 확보가 빠르고, 본판과의 전환 효과를 지원해줄 수 있는 플랫폼와 우선적으로 파트너십을 맺는 게 좋을 겁니다.

팟캐스트 자체 광고 수익을 중심에 놓을 거라면, 광고주 네트워크를 폭넓게 확보하고 있고 있을 뿐 아니라 광고 상품 개발에 적극적인 플랫폼과 협의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요. 자체 광고 상품을 묶어 번들 상품을 구성할 계획이라면 이러한 상품에 친화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과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선택은 개별 언론사의 중장기 수익 전략에 달려 있습니다. 팟캐스트도 그런 전략의 일환으로 검토될 만한 콘텐츠 유형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검토해야 할, 내부 합의를 얻어야 할 사항은 ‘팟캐스트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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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의 신호는 분명합니다. 스포티파이가 거액의 팟캐스트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 시리어스XM이 스티처를 약 4000억원에 인수한 사실, 대형 기술 기업들이 팟캐스트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정황 등을 고려하면 팟캐스트 시장이 특정 수용자층으로부터 높은 매력을 얻어가고 있는 징후일 겁니다. 특히 저연령층으로 갈수록 팟캐스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동향까지 감안하면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언론사들은 성장하는 시장에 올라타기보다는 지켜보는 보수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죠. 그 선택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진출해야 한다 아니다를 떠나, 중장기 수익 전략 하에서 팟캐스트의 성장성을 주목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결론을 먼저 내리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합니다. 만약 확신이 들었다면 전체 수익 전략의 어느 위치에 팟캐스트를 둘 것인지 설정하고, 가급적 빨리 뛰어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장기 수익 전략의 측면에서 봤을 때 다른 채널들보다 매력도가 떨어진다면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그보다 더 성장하는 시장에서 더 큰 파이를 얻어오는 것이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나마나 한 결론이 되긴 했지만, 팟캐스트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전망을 내부에서 먼저 공유/협의하고, 이 과정에서 내린 결론에 따라 전략을 수립해도 현재로선 늦어보이진 않습니다. 대신 성장하는 시장은 일단 주목은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